[한국경제 정책진단-③공정경제]“재계도, 공정위도 바뀌어야”

2018-10-09 14:27
공정경제 필요성엔 공감…“속도조절‧개별기업 접근 지양 필요”
단가 깎기‧기술탈취 등 문제점 여전…정부‧재계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사진=이경태 기자]


“하청업체와의 관계, 가격을 낮추는 등의 과거 관행은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 하청기업 이윤을 일정 수준만 해주고, 그 이상은 해주지 않는다. 먹고 살 만큼만 주는 것이다.”

“공정경제 구축이라 말하지만, 대기업 지배구조 해소에만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이슈가 개별 기업에 머물러 있다. 기업 이슈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공정경제는 찬성한다. 그런데 공정경제를 구축해 가는 과정‧형식이 민간‧시장 메커니즘에서 나와야지 (정부가)일방적으로 한다고 공정경제가 될지 의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존재감과 공정위의 일탈, 최근 경제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이런 요인으로 공정경제 구축에 대한  필요성 자체가 흔들리는 건 아니다.

한국의 고유한 경제성장 구조에서 대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된다. 대기업에 연관된 산업과 중소기업이 적잖고 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신성장동력 창출 등의 선두에 대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된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의 ‘한국 500대 기업의 동태적 변화 분석과 시사점(1998~2017)’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18.06%다. 이는 GDP 대비 62.7%인 미국과 대비된다.

위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고도성장하거나 혁신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대기업이 성장‧등장할 수 없는 토양”이라며 “재벌그룹 체제가 새로운 대기업 출현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술 탈취도 종속적인 갑을관계의 대표적인 폐해로 꼽힌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유용) 건수는 519건에 이른다. 2016년까지 건수가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공정경제는 정부와 재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지적한다. 어느 한편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거나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탈취나 물품대금 지연지급 등의 행태가 문제”라며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처벌이 가능하다. 또 이런 행위 대상자는 주로 대기업이 아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생각하는 공정경제가 민간과 다를 수 있는데, 중소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다고 대기업이 갑질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가격에 대해서까지 간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경제는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과거 불공정한 관행이 아직 존재해 상생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공정경제 구축 과정을)기업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에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며 “경기가 어려운데 너무 강조되면 기업이 위축될 수 있어 시기‧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공정경제를 위한 재벌개혁이)개별 회사 이슈에 머물러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공정경제 관련 시스템 쪽에서는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 공정경제 추진이 (체감상)안 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양면이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개별 기업 이슈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경쟁을 하고, 경쟁을 촉진시킬지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