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차 산업혁명 속 어르신들의 ‘무인결제 현장’ 가보니…
2018-10-01 07:15
10~20대 15초만에 주문…60대 부부, 키오스크서 몇번 시도하다 결국 직원에 문의
대부분 카드결제만 가능…“기계로 하세요” 직원 응대 아쉬워
대부분 카드결제만 가능…“기계로 하세요” 직원 응대 아쉬워
15초와 5분. 10~20대와 50~60대가 무인결제 단말기(이하 키오스크) 앞에서 보낸 시간의 격차는 아직도 20배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국내 외식 시장에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된 지도 벌써 3년이다.
이제는 머리털 대부분이 희끗희끗한 어르신들도 자연스럽게 키오스크 앞에 설 만큼 소비자도 ‘디지털화’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대한 배려는 필요했다.
지난 29일 토요일 오후 5시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맥도날드 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주거지와 방송국 등이 밀집해 있어 다양한 연령대와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눈에 띄는 점은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은 면대면(面對面) 계산대로 갈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그들도 무인기기로 먼저 향했다는 것이다. 한 60대 부부는 터치스크린을 몇 번 눌러보다 멋쩍은 듯 혀를 내두르고는 직원이 있는 계산대로 가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무인기기를 그냥 지나치는 중장년층은 없었다.
같은 날 오후 8시경 아파트 주거단지 내에 위치한 마포구의 버거킹 매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매장은 앞서 맥도날드와 달리 카운터 책상 위에 소형 키오스크 두개를 설치했다. 기기가 익숙지 않다면 바로 직원에게 말을 걸기 쉬운 구조다. 그럼에도 아내와 방문한 김성표(58)씨는 아이스크림 두 개를 빠르게 무인 기기로 주문했다. 김씨는 “이거 사는데 굳이 말할 필요 없잖아요. 카드 하나 들고 와서 금방 나가는 거죠 뭐”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식업계 전반에 걸쳐 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휩쓸리듯’ 따라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불과 2017년만해도 70대 이상의 카드 보유 비율은 신용·체크 등 종류에 무관하게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로만 보면 20대는 64.5%, 30~50대는 90% 이상, 60대도 75%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70대 이상은 44.5%로 집계됐다.
현재 외식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 기기들은 대부분 카드결제만을 하도록 돼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직불카드가 없는 어린이, 고령자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애인 안내 시설도 부족했다. 국내에서는 맥도날드가 처음으로 지난 2월7일부터 키오스크에 휠체어 눈높이를 맞추거나 화면을 확대하는 등 장애인 배려 기능을 도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각 장애인은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어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 할인이나 모바일(기프트콘) 쿠폰 등을 적용하려면, 대부분 직원에게 문의를 해야 한다.
이날 한 햄버거 매장에서 만난 박소영(27)씨는 “무인기기를 설치했단 이유로 손님한테 ‘기계로 하세요’라고만 응대하는 곳들이 늘었다. 아버지가 혼자 가면 그냥 돌아 오시더라. 나처럼 기계에 익숙한 젊은이들도 가끔 버벅댈 때가 있는데 인건비 줄이는 것도 좋지만 설명하는 직원 정도는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디지털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디지털 경험을 강화한 미래형 매장을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