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17. 1만 시간의 노력과 특별한 기회
2018-10-01 00:01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사진=아이클릭아트]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성공은 노력에 비례한다는 것이죠. 어려서부터 부모님, 선생님 등 어른들에게 질리도록 들어온 말입니다. 그런데 성공은 정말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만 판가름 나는 것일까요.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대학에서의 성적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한 친구는 집안이 여유가 있어서 인턴, 공모전, 해외연수 등 자기 개발에 투자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반면 다른 친구는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탓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에 상당한 시간을 썼습니다. 결국 한 명은 스펙을 바탕으로 대형 금융사에 취업했고, 다른 한 명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작은 출판업체에 들어갔습니다.
이 둘을 가른 것은 분명 노력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이 노력의 차이를 결정했습니다. 한 명에게는 1만 시간을 투자할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던 데 반해 다른 한 명에게는 그 기회가 부족했던 셈이죠. 이것이 누적되면서 격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입니다. 한번 승자는 계속 승자가 되고 한번 뒤처진 사람은 영원히 뒤처진 채로 남게 됩니다. 이는 다음 세대로도 이어집니다.
이것이 지금의 불균형 사회를 만든 근본적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환경적 문제는 외면하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개인이 노력하면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강요합니다. 이 역시 과거 빠른 경제 발전 속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었던, 시대적으로 특별한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1만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과정의 공정함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도 정의로운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사진=홍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