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공식화…연내 종전선언 속도 붙나

2018-09-26 15:37
“美 상응조치는 종전선언·인도적 지원·연락사무소 설치 등”…"김정은 ‘美보복 어떻게 감당하겠나’ 호소”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커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공식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목표로 한 연내 종전선언이 급진전될지 주목된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국 외교협회 등 여론주도층 인사 간담회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의 원인이 된 북·미간 이견차를 좁히려면 서로 상응하는 조치가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까지 언급한 점을 들어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로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보장한 셈이다.

또 김 위원장이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등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편입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세계인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믿지 못하겠다' '속임수다' '시간 끌기다'라고 말하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끌기를 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를 비춰볼 때 북한이 제시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의 경우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처럼 전체 핵목록 신고에 앞서 특정 핵시설과 무기를 일정 수준으로 폐기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검증도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면 미국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의 조건으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유엔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가 아직 남아 있다"며 상응조치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러분이 아주 훌륭한 결과를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핵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북·미간 대화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일정 등을 고려하면 10월 말에는 북·미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는 판문점과 서울이 회담장소로 거론된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당장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유엔총회 기간 동안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북·미 외교장관 회담과 실무협상을 토대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해 2차 정상회담 시간과 장소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정 수준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서로 맞교환하는 일종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연계, 남·북·미 3자가 만나 비핵화조치 이행합의 및 종전선언 등을 진행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하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필요한 것이 종전선언이며, 마지막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종전선언과 함께 거론되는 상응조치인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백악관 모두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대북)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시행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새로운 접근이나 다른 방식의 제재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측의 상응 조치로, 대북제재 완화 외에도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적대관계 청산의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남·북이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북 경제공동체는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구상이 한반도 주변국까지 포함한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 남·북 경협의 실타래를 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키’를 쥔 미국은 물론 주변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