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틸다' 설가은·황예영 "가장 나쁜 어른은 미스 트런치불"

2018-09-25 12:05
마틸다 설가은·황예영, 미스 트런치불 최재림 인터뷰

오늘은 어떤 마틸다가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까. 4인 4색 마틸다를 비롯한 아역 배우들의 매력이 빛나는 뮤지컬 '마틸다'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비영어권 최초 한국에서 공연 중인 작품으로, 어린이 뮤지컬 같지만 사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동심에 빠져드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에 깨달음을 준다. 내년 2월 10일까지 장기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들. 극 중 마틸다 역의 황예영(11)·설가은(9) 양과 미스 트런치불로 분한 배우 최재림(34)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마틸다 이야기
 

뮤지컬 '마틸다'에서 독서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주인공 마틸다 역의 설가은(왼쪽), 황예영. [사진=신시컴퍼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난 14일 첫 공연을 마친 황예영 양의 소감이다. 마틸다들 중 가장 늦게 무대에 오른 만큼 설렘과 긴장이 컸을 황예영 양은 "말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연습 중 연출가로부터 "책 읽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 이에 "'갸르릉'과 같은 의성어나 형용사를 더 살리고, 말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말투를 고쳐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런 황예영 양의 개성을 색으로 표현하면, 밝고 통통 튀는 '노랑·주황색'이 떠오른다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동시에 맏언니다운 리더십도 있다.

황 양의 꿈은 경찰이다. 그는 "정의롭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경찰이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경찰대를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 공연 이후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면 꿈이 뮤지컬 배우로 바뀔 것이란 반응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설가은 양은 꿈이 무궁무진했다. 파티시에부터 디자이너, 뮤지컬 배우, 나무 손질하는 사람, 과학자, 간호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장래희망을 쏟아냈다. 어느 하나 정할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마틸다들 중 막내지만 결코 어리지 않았다. 극 중 텔레비전만 보는 오빠 마이클에 대해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불쌍히 여기는 소녀였다.

설가은 양은 "공연을 하면 할수록 떨린다"고 전했다. 첫 공연은 잘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공연장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은데 모두 부르기가 쉽지 않다"며 새삼 현실적인 고민도 했다.

가끔 무표정을 하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어 '은회색'이 어울린다는 게 동료들의 반응이다. 이는 오히려 주인공 마틸다와 많이 닮아 있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본다는 설가은 양은 "뮤지컬 '마틸다'는 웃기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다"며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마틸다 캐스팅은 당일 공연장에서 비로소 알 수 있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오리지널 공연도 같은 방식이다. 아이들의 컨디션을 고려·보호하는 차원이다. 아역 앙상블 캐스팅 또한 모두 비공개다.

◇미스 트런치불 이야기
 

뮤지컬 '마틸다'에서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선생 '미스 트런치불'(오른쪽)로 분한 배우 최재림. [사진=신시컴퍼니]


"어른들 중 미스 트런치불이 가장 나빠요. 재판을 하면 무기징역(또는 100년)을 줄 거에요."

황예영, 설가은 두 명의 마틸다 모두 극 중 가장 나쁜 어른으로 '미스 트런치불'을 꼽았다. 부모인 웜우드 부부가 정신적으로 괴롭힌다면, 교장선생인 미스 트런치불은 정신적·신체적으로 모두 학대한다는 것.

마틸다들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배우 최재림은 "그럴 만하다"며 수긍했다.

미스 트런치불은 교장선생이지만 아이들을 증오하는 특이한 캐릭터다. 소싯적 유명한 운동선수로, 큰 몸집을 자랑한다. 목소리도 크다. 늘 예민하고, 격양된 상태로 아이들을 괴롭힌다. 그래서 그가 때때로 선보이는 앙증맞은 몸짓이나 말투가 웃음을 증폭시킨다.

최재림은 "미스 트런치불을 연기하기 위해 상상을 많이 했다"며 "원작 소설을 읽고 떠오른 이미지와 영화에서 실제 여성 배우가 연기한 이미지, 그리고 연출이 묘사한 이미지를 종합했다"고 전했다.

특히 뮤지컬 '킹키부츠'에 이어 또다시 여장을 하게 됐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여장은 인생이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여장은) 머리를 감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다"며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마주하는 이 남자는 누구일까 놀랄 때도 있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극 중 마틸다와 미스 트런치불은 앙숙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장난도 많이 치며 거리감 없이 지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재림은 "역할에 몰입하다보니 평소에도 명령조로 퉁명스럽게 말하게 되는데, 묘하게 아이들의 웃음 포인트와 맞다"며 "아이들이 공포심과 경각심 대신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는 부작용이 있다"고 고충 아닌 고충을 토로했다.

아울러 뮤지컬 '마틸다'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뮤지컬을 처음 보든, 즐겨 보든 상관 없이 누구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한 소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힘이 이렇게 거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놀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