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협 압력 없다"···中도 "결사항전"
2018-09-17 16:44
미·중 무역전쟁, 협상 여지 없는 전면전으로···추가 공세 촉각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다. 협상 여지를 기대할 수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트럼프 "타협 압력 없다··· 우리가 만날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틀렸다. 우리는 중국과 타협해야 한다는 어떤 압력도 받지 않고 있다. 그들이 우리와 타협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어찌됐든 오는 27~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경제담장 부총리의 회담은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발표할 전망인 가운데, 중국도 미국 기업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동시에 폭탄관세 수위를 계속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써온 건 내부 온건파와 강경파의 분열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잇따른 무역협상이 실패하자 강경파의 입김이 우세해지면서 최근 공세 수위가 부쩍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67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도 폭탄관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을 폭탄관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수준이 최근 몇 달 만에 최고조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산업 보조금을 철폐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정책의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강경파들이 중국에 '스펙트럼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세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협상이나 갈등 구도에서 우위에 서야 직성이 풀리는 그가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WSJ는 트럼프라면, 관세와 외교가 충돌할 때 관세를 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中도 '결사항전'··· "반격 전술 많다"
미국의 추가 관세폭탄 투척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도 적극적인 항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줄곧 수세적이었던 중국이 공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양국 갈등이 조기에 완화할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황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사설을 통해 "워싱턴이 베이징을 향해 당근과 몽둥이를 동시에 내미는 상투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협상 재개를 요청한 행태를 비난한 것이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는 중국의 거센 반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이 클수록 중국 측의 반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도 더는 방어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태세 전환을 예고했다.
환구시보는 "중·미 무역 관계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고 긴밀해진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단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관계는) 중국에 더 많은 반격 전술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 중 가장 강력한 것을 골라 반격할 수 있다"며 "중국의 아름다운 반격전이 미국에 고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격 전술의 구체적인 내용도 드러났다.
러우지웨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전날 열린 한 포럼에서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등의 대미 수출을 중단해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재정부장 출신인 러우 주임은 "중국이 수출을 중단할 경우 미국은 대체재를 찾는 데 3~5년을 허비할 것"이라며 "(미국이) 고통을 맛봐야 무역전쟁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우 주임의 발언은 환구시보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양국 경제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미국의 약한 고리를 얼마든지 찾아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수세적 대응에서 벗어나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입장 표명으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 당·정은 물론 언론까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내에서 조기 종전 대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수뇌부의 결사 항전 의지를 공산당과 정부, 언론 등이 한목소리로 대변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