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중국의 IT 굴기...원천은 R&D

2018-09-17 15:38
-화웨이 매출 10% 이상 R&D에 투입...구글‧아마존 추격
-스마트폰 판매량, 애플 제치고 2위...삼성전자 턱밑 추격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 내장 기술 등 세계 최초 상용화

글로벌 IT업계에서 중국의 상승세가 매섭다. 5G(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장비 시장에선 이미 1위 자리를 꿰찼다.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의 결과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애플을 넘어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사진=연합/로이터]


중국 IT(정보기술) 굴기(倔起)가 무섭다. 5G(세대) 이동통신 장비와 지문인식 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꿰찼다. 핸드폰과 반도체 등 한국 업체들이 선전하는 분야에선 1위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선 막대한 R&D(연구·개발) 투자를 중국 IT 굴기의 원천으로 꼽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 등을 따돌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글로벌 이동통신 기지국 시장점유율은 에릭슨(32.7%)·노키아(17%) 등 유럽 업체가 절반을 차지했다. 당시 화웨이의 점유율은 13.9%였다. 4G LTE 시장이 열리기 직전인 2010년 화웨이는 15.6%를 기록, 노키아(13.2%)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지난해엔 28%를 기록해 에릭슨(27%)을 넘어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의 글로벌 기지국 장비 합산 점유율은 국가별 집계 기준으로 2014년부터 줄곧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막대한 R&D 투자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화웨이가 지난해 R&D에 투자한 비용은 132억3000만 달러(약 15조원)다. 전체 매출의 15%다. 최근 장중 한 때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아마존은 지난해 R&D에 226억 달러(약 25조4700억원)를 썼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166억 달러(약 18조7000억원)를 지출했다. 지난 10년간 화웨이의 누적 R&D 비용은 573억 달러(약 64조5700억원)에 달한다.

화웨이의 R&D 인력은 전체 직원의 45%(8만명)에 달한다. 화웨이는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출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기조를 올해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화웨이는 지난 7월 연간 R&D 지출 비용을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약 22조5400억원)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중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비중을 10%에서 20~3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보유한 5G 관련 필수 특허는 전체 특허의 10%다. 유럽통신표준기구(ETSI)에 따르면 화웨이는 차세대 통신표준으로 손꼽히는 5G NR(New Radio) 기술분야에서 1481건의 특허를 출원,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NR는 통신단말과 기지국 간 무선 접속 기술을 말한다. 폴라코드(Polar Code) 분야에서도 전체 특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IT 굴기가 눈에 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5개 기업 중 3곳이 중국 제조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5.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0.4%)에 이어 2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포인트 늘었다. 애플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포인트 하락한 11.8%를 기록, 3위로 밀렸다. 중국 샤오미·오포는 각각 9.1%, 8.6%로 애플을 맹추격하고 있다. 

과거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무기였다. 품질이 일류 메이커에 비해 떨어져도 싼 맛에 찾는 상품이었다. 얘기가 달라졌다. 기술에서도 일류인 중국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중국 비보는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한 최초의 스마트폰 ‘X21’을 올해 3월 출시했다. 디스플레이가 지문을 인식한다. 삼성전자·애플도 아직 구현하지 못한 기술이다.

국내 지문인식 센서 개발업체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지문인식 센서를 납품해왔으나, 중국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해 자체적으로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며 “기술도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해 국내 기업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그래픽=임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