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칼럼] 집값 잡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한다?

2018-09-16 13:51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주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리는 주택가격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은 아니다. 또한 금리는 미래의 경제 상황을 선반영한다. 각 경제주체들이 저금리의 의미를 다시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2009년 3월을 저점으로 집값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09년 3월에서 2018년 8월까지 전 도시 아파트 가격은 29.6% 올랐다. 이 기간 동안 부산과 대구가 각각 67.6%와 66.0%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광주도 58.4%나 올랐다. 서울은 강남(22.6%)를 중심으로 18.8% 상승했고, 인천은 2.8%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주로 서울에서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2017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전 도시 아파트 가격이 2.5% 상승했으나, 서울은 그보다 5배나 높은 12.5%(강남 13.9%, 강북 10.8%) 올랐다. 이 기간에 2009년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부산과 대구는 각각 0.8%와 0.9% 상승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 8월까지 부산은 1.1% 하락했고, 특히 울산은 마이너스 4.3%로 하락률이 가장 컸다.

이러한 집값 상승에 대한 대응 수단의 하나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통계를 분석해보면, 금리는 다른 거시경제 변수에 비해서 집값과의 상관관계가 낮았다. 200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은행의 가계대출금리와 아파트가격 상승률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35였다. 서울과 강남 아파트의 금리와 상관계수는 0.24와 0.12로 더 낮아졌다. 금리와 아파트 가격은 이론적으로 음의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 데이터는 그 반대였다.

경기가 좋을 때 금리와 주택 가격이 같이 상승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와 전 도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의 상관계수는 0.46으로 대출금리보다 높았다. 그러나 서울과 강남 아파트와의 상관계수는 각각 0.28과 0.15로 더 낮았다. 통계분석 기간에 따라 상관계수가 달라지지만, 서울 아파트가 전 도시 평균보다 경기나 금리에 덜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미이다.

강남 아파트 가격과 주가(KOSPI)의 상관계수는 0.41로 전 도시(0.20)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그러나 지역에 관계없이 아파트 가격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경제변수는 은행의 가계대출액으로 나왔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가계대출액 증가율 사이에 상관계수가 0.52로 높았고, 서울과 강남은 각각 0.68과 0.69로 더 크게 분석되었다.

금리 인상보다는 대출 억제를 통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에서 살펴본 경제변수와 아파트 가격을 포함해서 벡터자기회귀모형을 만들고 충격반응함수를 구해보면, 대출 억제가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증가율이 1% 포인트 떨어지면 전 도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다음 달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1년 후에는 0.76% 포인트 하락했다. 서울과 강남 아파트 가격 하락률은 각각 0.87% 포인트와 0.95% 포인트로 더 크게 나타났다. 여기서 문제는 대출 금리와 대출액 간의 관계이다. 즉, 금리가 낮아서(높아서) 대출 수요가 증가(감소)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러나 이 두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구해보면 대출액이 대출금리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줄어들면) 대출 금리가 상승(하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도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돌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4%에 그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2%를 밑돌고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자금이 남아돌고 있다. 기업의 투자 부진에 따라 은행의 기업대출이 상대적으로 줄고 가계 대출이 늘고 있지만, 높은 가계 부채 때문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은행이 채권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낮은 금리에는 이 모든 경제 상황이 내포되어 있다. 특히, 저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미래의 경제 성장률까지 선반영하고 있다. 저성장과 저금리 시대에는 모든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 시간의 문제이지 주택 가격도 여기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각 경제주체가 저금리의 의미를 곱씹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