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들어오는 경제와 나가는 경제
2018-09-14 05:00
- 지금 잘 나가는 국가들은 모두 들어오는 경제에 올인한다 -
그래서인지 현재 지구상에서 잘 나가는 나라들은 제조업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선진국이 이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확보함으로서 한동안 신흥국에 넘겨주었던 세계 경제의 성장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나가는 경제보다 들어오는 경제에 방점이 찍힌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생산기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행태를 이제 중단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밖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인책으로 세금을 낮춰주고 규제를 과감하게 푼다. 자국 기업뿐만이 아니라 외국 기업도 이 그물망에 걸려고 혈안이다. 미국은 한 술 더 떠 기울어진 무역 운동장을 고르고 있다. 모든 상대가 보호무역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불공평한 교역 환경을 바로 잡는 공정무역이라고 애써 강조한다. 그러면서 집 나간 집토끼와 산토끼까지 안방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공을 들인다.
결국 이는 일자리 창출과 연결된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들은 고용 대호황으로 일자리가 남아돌 지경이다. 완전고용에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실현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이들 국가에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기업 혹은 시장 친화적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점이다. 법인세에 더하여 심지어 소득세까지 낮춘다. 일본과 같이 규제 천국이던 나라도 돌변하고 있을 정도다. 더 많은 제조업이 자국에서 뿌리를 내려야 투자가 활성화되고 이는 일자리와 연계가 된다. 구인난이 되면 임금 인상이나 근무 조건 개선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다. 경기를 반전시키려면 정부와 기업의 찰떡궁합이 필요하다.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기업이나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기업이 사기충천하여 글로벌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경제’에 대한 인식 전무, ‘나가는 경제’방조 혹은 더 부추겨
작금의 우리 경제가 불안하고 급기야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경제엔 절대 요행수가 없고, 원인과 결과만 있을 뿐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어설픈데다 당치도 않은 경제 정책을 가지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일자리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잘못 끼인 단추는 모두 풀고 다시 끼워야 온전해질 수가 있다. 우리 경제의 핵심인 30∼40 대의 고용 시장에 한파가 불고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남과 다르게 새롭게 발표되는 지표마다 모두 사상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경제 체질을 전환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통증이라고 일축하면서 현재의 성장 정책을 고수하려고 한다. 더 깨져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문제는 깨진 밥그릇을 다시 돌리는 데 비용과 희생을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세상 사람들이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가 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류들이 많다. 왜 남과 똑같이 하느냐고 윽박지르거나 대든다. 우리 식이 가장 좋다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기도 하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경제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검증되고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한 공감대나 공통분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어 최대의 성과를 거양해내는 것이 필연적이다. 국가 정책은 결코 실험 대상이 아니다. 자기 주머니의 돈이 아니라고 무책임하거나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50조의 예산을 쓰고도 3000 혹은 5000명의 고용을 늘렸다는 통계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들어오는 경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고사하고 오히려 나가는 경제를 방조하거나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 이러고서는 절대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