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놓였던 북·미 관계가 돌파구를 찾으면서 북·미 정상의 '2차 담판'을 위한 한·미 간 조율도 활발해지고 있다.

북·미 관계의 돌파구 모색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제 시작이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만든 지금의 엄청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필요가 있다"며 "어려운 일을 해야 하지만 엄청난 기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매우 무겁게 여기고 있다"며 "한국 측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지금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도전과 기회를 모두 마주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열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지금 상황에서 비핵화를 어떻게 진전시키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공조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비건 대표와 저는 수시로 전화 통화나 만남 등을 통해 서로를 100% 이해하고 알려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의 언급에 동의한다면서 "우리는 매우 강력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 (비핵화·평화구축)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루기위한 한국 측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대화의 모멘텀을 지속하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굳건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비핵화 및 선순환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은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및 유엔총회 등 중요한 외교일정이 예정된 것을 상기하고, 상황 진전을 위해 수시로 긴밀히 협력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재추진과 방북협상 결과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건을 가를 1차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비건 대표가 한국에 이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방문길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놓고 어떤 방향으로 조율해낼지도 관심이다.

비건 대표가 양국 방문 이후 주말 다시 한국을 찾아 이번 순방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재방문 시 판문점 등지에서의 북·미 간 접촉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 중재역을 다시 자임하고 나선 우리 정부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18∼20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지는 유엔총회 기간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비핵화-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그림'을 놓고 남·북·미 간에 어떠한 교집합을 찾아가느냐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기상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비건 대표는 이날 이도훈 본부장 외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도 회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