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기 살핀 北 9·9절…핵·미사일은 없었다

2018-09-09 18:06
노동신문 "최강의 전쟁억제력 보유"…美직접 언급은 피해
자립경제·민족통일 강조…김정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기념 열병식에서 인민군 탱크부대 기수가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평양 AP·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정권 수립(9·9절) 70주년인 9일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갖게 됐다며 자평하면서도 핵·미사일 능력이나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북·중 친선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2면에 게재한 '위대한 인민의 나라, 우리 공화국의 앞길에는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 공화국의 70년 역사의 빛나는 승리는 인민의 자주적 삶과 후손만대의 행복을 영원히 담보하는 세계 최강의 정치군사적 힘을 다져놓은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문은 자신들이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갖게 된 것은 '민족사적 대승리'라며 "오늘 우리 공화국은 그 어떤 대국도 무시하지 못하고 존중하는 나라로, 주변 형세와 국제정치 흐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군사 강국으로 세계무대에 당당히 나서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나 핵·미사일 능력이나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미 확보한 핵능력이 향후 세계 최강의 정치군사적 국가가 될 것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신문은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나가자, 이것은 우리 공화국의 백년대계의 전략"이라며 '자립경제'도 강조했다.

특히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우리 세대에 반드시 조국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며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면 외세의 압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얼마든지 통일대업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1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상원의장 접견 소식을 실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권수립일 축전을 2면에 크게 실었다. 나머지 면에도 방북한 각국의 사절이나 9·9절 경축행사 소식을 대대적으로 게재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도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대신 방북한 중국의 권력서열 3위인 리 위원장이 8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면담하고 친선관계를 변함없이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영남 위원장이 8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리 상임위원장이 인솔하는 중국 당·정부 대표단을 만났다며 리 상임위원장이 '중조(북중) 친선관계를 변함없이 강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중국 당과 정부의 입장'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리 위원장은 '아름다운 친선의 나라'인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해 따뜻한 환대를 받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조선중앙TV가 이날 방영한 김영남 위원장과 리잔수 위원장의 면담 영상을 보면 이번 중국 방북단에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사실도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도 김 위원장의 참배 소식을 전했다.
 

김정은, 정권수립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연합]

김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 입상에 자신 명의의 꽃바구니를 진정했으며,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영생홀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참배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를 비롯한 당과 정부 간부들과 우당위원장, 당 중앙위, 정권기관, 내각, 근로단체, 근로단체 일꾼들이 참가했다. 무력기관 성원들도 참가했다고 중앙통신은 언급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직후 맞은 9·9절 당시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정·군 지도부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9·9절 다음 날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에서 6차 핵실험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