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취임 20주년] 20년간 자산 5배 불린 '황금손'…SK 재계 3위 도약

2018-09-04 08:17
- 소버린, 금융위기 딛고 성장…당기순이익 170배↑매출 4배↑
- 하이닉스 인수로 획기적 체질 개선…공격적 경영 스타일 빛 봐

[사진=SK]


"선대 회장의 뜻을 받들어 존경받는 글로벌 SK를 만들겠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4일 '최종현 SK 선대회장 사진전'에 참석해 방명록에 적은 글이다. 서른 여덟의 나이로 회장직에 오른 최 회장은 선친이 남긴 SK의 도전정신, 경영시스템(SKMS)을 훌륭하게 계승해 지금의 SK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 위기에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2003년 SK글로벌 사건과 소버린 사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 SK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또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주문하며 SK를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지난 1일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 회장은 여전히 변화에 목마른 모양이다. 최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서든 데스 시대'에 올드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블루 오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가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껍질을 깨는 파격적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이 딥 체인지의 핵심이고, 이것이 바로 선대회장 때부터 내려오는 SKMS를 실천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취임 후 SK 20년간 매출 추이.[사진=SK]

 
◆20년 만에 자산 5배, 재계 3위 SK 이끌어

최 회장 취임 이래 20년간 SK그룹이 거둔 양적 성장은 경이롭다. 취임 직후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이 그룹의 살길이라고 판단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간 덕택이다.

취임 당시 34조1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이 작년 말 192조6000억원으로 5.6배 늘었고, 매출은 37조4000억원에서 158조로 4.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에서 17조3500억원으로 무려 170배 가까이 커졌다.

또 SK 자산 기준 재계순위는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뛰었다.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은 124조9730억원으로 재계 2위에 올랐다.

수출도 급증했다. 1998년 말 8조3000억원 수준이던 총 수출액이 지난해 75조4000억원으로 커졌고, 지난해 전체 매출(139조원) 대비 수출비중도 역대 최대인 54%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578조원) 규모를 감안하면 SK그룹의 수출 기여도는 13%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지난 2016년 9월 하이닉스 충칭 공장을 방문해 후공정을 통해 생산중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SK]


◆최태원의 한 수...하이닉스로 SK그룹 체질 개선

SK는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에너지·통신 양대축에서 반도체를 그룹의 핵심 성장 축으로 더했다. 이는 신중하지만 결단을 내리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최 회장의 공격적 경영 스타일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치밀한 전력가인 최 회장은 직접 반도체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며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 진출을 모색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하이닉스의 인수를 반대하던 임원들에게 "반도체 시황에 대해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지만,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강하게 설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수출 중심의 기업으로 사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실제로 SK그룹은 수출비중이 95%를 넘는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제조업의 수출비중이 단숨에 70%를 넘어섰다.

◆'재계의 황금손' 최태원, 연이은 M&A 성공

SK는 반도체∙ICT∙제약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일본 도시바 비메모리사업부문 인수자로 선정됐고, 중국이 반독점 심사 승인을 한 직후인 지난 6월 인수 절차가 완료됐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투자로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기업으로써 경쟁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에는 LG실트론 인수를 마무리하고 SK실트론을 공식 출범했다. 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칩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제작하는 업체다. 앞선 2015년 11월에는 OCI 머티리얼즈를 인수해 SK머티리얼즈를 출범한 바 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에 따라 SK가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또 하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며 반도체사업 부문 수직계열화를 사실상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7월에는 미국의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엠팩을 인수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해외 의약업체에 대한 M&A를 성사시킨 것은 최초다. 이는 바이오·제약 분야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SK그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5년 SK루브리컨츠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SK]


◆반도체, ICT, 헬스케어 등 80조원 투자로 지속 성장 발판 마련

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SK그룹은 향후 3년 동안 반도체ㆍ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ICT, 미래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육성 분야 등에 8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K는 80조원 중 절반 이상(49조원)을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부문에 투입한다. 또 SK텔레콤이 주도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와 ICT 사업 생태계 육성에도 13조원이 투입된다. 이밖에 지능형 전력시스템 등 에너지 사업에 11조원, 자율주행차 등 미래 이동수단 개발에 5조원, 헬스케어 사업에 2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014년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선친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인생의 소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