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3000만 시대 열자] ①정부 무관심ㆍ지나친 中 의존도…'관광 한국'이 멍든다
2018-09-04 00:00
관광 사라진 한국
업계, 메르스ㆍ사드ㆍ북핵 등 우려에도 안일한 대응…치명타 입고야 대책 마련
예산 증가율 2% 뿐…국정과제도 뒷전
전세계적으로 규모 커지는 '황금시장'…관광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업계, 메르스ㆍ사드ㆍ북핵 등 우려에도 안일한 대응…치명타 입고야 대책 마련
예산 증가율 2% 뿐…국정과제도 뒷전
전세계적으로 규모 커지는 '황금시장'…관광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관광이 사라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 갈등, 북핵 문제로 인한 한반도 정세 불안 등 국가적 위기를 겪으며 관광산업은 치명타를 입었다.
한류 보복이 관광 보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에도 "섣부른 우려"라며 안일하게 대응한 우리 정부는 결국 '중국인 관광객 급감'이라는 치명타를 입고 나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관광산업은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관광이 흥해야 나라가 산다.
업계 전문가는 "관광산업은 국가의 역학관계에 따라 명암이 극명히 엇갈린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쓰라린 경험을 기회로 바꿔야 할 때다. 관광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334만명의 외래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전년 대비 22.7% 감소한 수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는 전년 대비 48.3% 감소한 417만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물론 태풍처럼 몰아친 관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방한 관광 시장 다변화 정책을 통해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일본·무슬림 관광객, 개별관광객 등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또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반 토막 난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감소했던 2015년(1323만명)보다도 웃도는 기록"이라며 "방한시장 복합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을 제외한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감소하지 않았다. 그동안 추진해 온 시장 다변화 마케팅 활동이 효과를 보이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홀대 받는 관광산업··· 관광이 사라진 한국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펼친 시장 다변화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업계 전반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관광에 무관심한 정부 정책에 있다.
관광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정부는 올해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두 차례 열고 관광산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우려먹기 식 정책만 나열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정과제에서도 관광 분야는 홀대받고 있다.
수많은 국정과제 중 관광 분야는 단 몇 줄에 불과하다. '융복합·고부가 관광산업 육성'을 목표로 두고 국민이 자유롭게 휴가를 쓰고 내·외국인이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근로자 휴가 지원제 도입 △열린 관광지 확대 △대체공휴일 확대 △개별관광객 맞춤형 관광개발 확대 △지역 특화 관광명소 집중 육성 △외래관광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국정과제 전부다.
내년도 관광 분야 예산 증가 비율도 2%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으로 올해(6조4606억원) 대비 10.1% 증가한 7조1108억원을 편성했다.
관광부문 예산은 올해 1조4021억원에서 2%(281억원) 증가한 1조4302억원을 책정했다. 근로자 휴가 지원 확대 등 국내 여행 활성화에 배정된 105억원만 종전(25억원)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관광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관광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30년을 기준으로 관광객 18억명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관광산업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10%를 차지하는 주요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도 2030년이면 전 세계 약 18억명이 세계여행을 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관광산업 역시 그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광대국'은 아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 안보관광 콘텐츠, 한류 등 무궁무진한 관광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가기관이 받쳐주는 뒷심이 부족하다.
여기에 그동안 유커가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라고 여겼던 정부 및 관광업계의 착각은 단기적으로 외부환경 변수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적 한계를 만들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할 때"라며 "관광 업계 전반이 함께 국내 관광의 체질 개선을 모색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 방안을 모색한다면 방한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넘어 3000만 시대가 열리며 진정한 관광 대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