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때린 中위안화…역외 FX거래액 사상 최대

2018-08-30 10:18
환율 변동성 고조…주요 FX 플랫폼 7월 역외 위안/달러 거래액 사상 최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외환시장의 위안화 거래액이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약세가 한동안 지속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안화 때리기'에 나선 게 투기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30일 주요 외환거래플랫폼의 지난달 역외 위안/달러 거래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CBOE글로벌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역외 위안/달러 하루 평균 거래액은 17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달(4억2100만 달러)보다 4배가량 늘었다. 역대 최대 기록이다.

EBS마켓, NEX그룹의 외환거래플랫폼에서도 지난달 역외위안 거래액이 종전 최대치보다 17%가량 많았다.

블룸버그는 중국 밖에서 거래하는 역외위안의 손바뀜이 급증한 게 위안화 값이 지난 4개월 연속 하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위안화가 계속 약세를 띠자 중국이 일부러 위안화를 절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해 무역에서 이득을 보려 한다고 비판했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 사이 위안화는 환율 변동성이 커졌고, 이는 거래량이 급증하는 배경이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주 위안화 고시환율을 정할 때 '경기대응요소'(counter-cyclical factor)를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의 비판과 맞물려 위안화 절상 기대감을 자아냈다. 인민은행이 경기대응요소 카드를 다시 꺼내든 건 환율을 정할 때 당국의 판단을 좀 더 가미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래드 벡텔 제프리스 외환 투자전략가는 인민은행의 조치가 시장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무역갈등, 성장둔화 같은 다른 변수와 다투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른 줄다리기도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높여 거래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벡텔은 "뭐가 됐든, (위안화를) 더 거래하기 좋은 시장이 됐다"며 인민은행이 투기를 막으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변수도 많다고 지적했다.

달러 대비 역외위안 값은 6월 중순 이후 6% 넘게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절하폭이 커지자 인민은행이 일선 은행을 통해 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역외 위안/달러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요 며칠 새 1개월 변동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50일 이동평균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에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역내 시장에서도 위안화 거래가 지난해 1월 이후 최대로 늘었다고 전했다. 

켄 청 미즈호 은행 아시아 외환 투자전략가는 인민은행이 경기대응요소를 재도입하면서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는 만큼 위안화 거래 규모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봤다. 그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위안화 포지션을 축소하는 데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