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M&A 잘하는 법, '진술·보증' 조항
2018-09-02 09:00
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5다207044 판결
1. 들어가며
통상 M&A는 기업의 인수(Mergers) 및 합병(Acquisitions) 과정에서 합병, 주식양수도, 영업양수도, 자산양수도 등의 방법을 통칭한다. M&A 거래(transactions)에는 다양한 방법과 전략이 동원되므로, 그러한 M&A의 내용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M&A 계약(contracts)이 체결된다.
M&A라고 하면, 널리 알려진 주식양수도를 비롯한 기업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형태의 M&A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는 목 좋은 곳의 가게를 인수하거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특정영업을 자산과 함께 인수하는 등 얼핏 보면 단순한 자산(물건)의 양수도 같지만 실제로는 M&A의 특성을 가진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M&A계약에 있어서도 공통적으로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진술·보증조항(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Clause) 이다. 최근 대법원은 2018. 7. 20. 선고 2015다207044 판결로 M&A계약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술·보증 조항’에 대하여 구체적 판단을 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M&A 잘하는 법을 알아보자.
2. ‘진술·보증 조항’의 개념과 필요성
M&A 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둔 목적은 계약 종결과 이행 이후 진술 및 보증하였던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되어 일방 당사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상대방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불확실한 상황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배분하고 사후에 현실화된 손해를 감안하여 매매대금을 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5다207044 판결). 반대로 M&A 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두지 않았다면, 거래과정에서 설명된 내용과 다른 사실 발견되어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사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M&A 계약에서의 진술·보증 조항은 ① 계약교섭 과정(실사과정)에서는 인수대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② 계약체결 과정(계약서 작성)에서는 거래의 조건으로 결부시키거나 진술·보증 사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근거로 활용되며, ③ 사후적으로는 진술·보증 조항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으로 매매대금을 감액하는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단순한 물건의 양수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업양수도의 의미가 있다면, 반드시 진술·보증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
A소유의 상가 101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B가 그 어린이집의 운영권을 C에게 양도하는 경우를 상정해보자. C는 B의 말을 신뢰하고 어린이집을 인수하는 것이지만, B와 C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작성되더라도 그 내용은 형편이 없다. C는 A와 사이에 새로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B와의 사이에는 어린이집에 부속된 시설이나 교구들은 물론 교사들의 고용관계까지 인수하게 된다. 물론 어린이집에 등록된 원생의 숫자는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그 인수대금(프리미엄, 권리금)을 교섭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양도이후 B의 장밋빛 말과는 다르게 영업의 장애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양도이전의 법위반사유가 적발되어 양수인 C에게 행정처분이 예정되어 있거나 B와의 고용관계에서 교사 D와의 법적 분쟁의 조짐이 있었기에 그 영향이 C에게 미치는 경우, 노후한 시설 때문에 안전문제가 제기되어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경우 등 값비싼 프리미엄을 지급하였음에도 법적·금전적 문제가 사후적으로 발생한다면, 그러한 책임을 B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영업양수도 과정에서 그 매매대금을 교섭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실들에 대하여 별도로 매도인의 진술과 그 보증을 받아두도록 하여,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야 한다. 별도의 진술·보증 조항 없이 계약서에 담보되어 있지도 아니한 사항을 단순히 민법상의 담보책임 규정을 원용하여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3. ‘진술·보증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구체적 내용
진술 및 보증 조항에 관한 판례나 일부문헌에서는 진술조항과 보증조항을 구별하지 아니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영미법 이론에 따라 타당하지 아니하다. 이러한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악의의 매수인에게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는지에 있다. 우리민법상 물건의 하자에 대한 매도인의 담보책임은 매수인의 선의·무과실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제580조 제1항). 실제로 일부문헌과 2015다207044 사건의 피고(매도인)들의 상고이유도 이러한 점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술조항과 보증조항은 개념상 구별되고, 진술조항을 위반한 경우(=부실표시의 문제)에는 계약 달리 보증조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매수인의 선·악을 불문하고 발생하는 독립한 계약상의 책임이므로, 배상액감경(과실상계)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자체를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실제 2015다207044 사건에서 대법원도 “이 사건 진술 및 보증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고 이에 따라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매수인들의 인식 또는 인식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마찬가지로 독립한 진술·보증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 이상, 계쟁물이 양도되었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채권’까지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인수한 주식을 다시 제3자에게 매각하였거나 또는 인수한 어린이집을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진술·보증 조항에 따라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을 근거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실제 2015다207044 사건에서 대법원도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어디에도 매수인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하여 주주의 지위를 계속 보유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없고, 당사자들 사이에 그와 같은 합의도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매수한 주식 일부를 처분하는 등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 사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진술·보증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물론 계약교섭·체결 과정에서 당사자의 합의로 정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인수하는 대상이 크다면 클수록 좋을 것이다. B가 101호에서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201호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각각의 사정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도 진술·보증 조항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A가 임대인으로서 뒤로 한발 짝 물러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약교섭·체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였거나 알선하는 등 관여한 사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2015다207044 사건에서 대법원도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 문구 협상과정에서 매수인 측은 손해배상이 가능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 매도인대표 이사들 외에 대우건설의 이사들을 인지 요건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의사는 매도인대표 이사들과 대우건설 이사들 중 어느 하나라도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항을 인지하였거나 인지할 수 있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진술·보증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진술·보증조항은 인수·합병과 같이 전문적인 지식과 협상능력을 갖춘 당사자들 사이에서 치밀한 협상 끝에 당사자 간의 명시적·묵시적 합의에 의하여 도출된다. 따라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요건과 효과의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우선시하여야 하고, 이러한 의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만 민법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해야 할 것이다.
4. 결론 – M&A에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주변의 다양한 M&A에서 단순히 양도인이나 알선인의 이야기만 듣고 매매대금을 결정할 것이 아니다. 진술·보증 조항을 갖추어 계약교섭 과정 중에 중요정보를 취득하고, 사후적인 대금감액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M&A는 그 자체로 계약서 작성이 수반되는 중요한 거래의 과정이므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 하에 인수대상에 관한 법률실사와 ‘진술·보증 조항’까지 고려한 꼼꼼한 계약서 작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대형 M&A와 달리, 우리 주위의 흔한 M&A 거래에는 변호사 대신 브로커(소위 컨설턴트라는 명칭의 비자격자)들이 활개하고 있다. 브로커 자체가 가지는 현저한 법률전문성의 결여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브로커들의 행위가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법률자문과 알선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브로커는 단순히 브로커 비용(fee)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거래의 성사에만 관심이 있을 뿐 거래가 가지는 계약적 특성, 법률적 위험의 문제는 그들에게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의료법인,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농업법인 등 특수법인의 설립이나 인수과정에는 변호사가 아님에도 스스로를 전문가나 컨설턴트로 표방하는 다양한 형태의 브로커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특수법인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거나 특정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게 되므로, 그 자체를 하나의 고정 수입원으로 인식하여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자문이 단순히 의뢰대상에 대한 경제적 자문이 아니라 스스로 양도인과 양수인을 알선하고, 계약의 교섭 및 체결과정에 관여함은 물론, 계약서 작성에 까지 개입한다면, 이는 명백히 변호사법 위반이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수하는 경우에도 영업의 양수도, 사업의 양수도와 마찬가지로 M&A의 진정한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에 따라 법률실사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진술·보증 조항’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호사비용 또한 사후에 분쟁이 발생하여 소송으로 가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며,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비용과도 큰 차이가 없다. 아는 변호사가 없다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별도의 수수료 없이 직접 운영하는 변호사중개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