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정부·여당…한국당은 '관망'
2018-08-21 18:24
여당 내 반발에 최종구 "ICT기업 1대 주주돼야" 34%안 관철 주장
한국당 "오락가락 민주당 통일안 가져오라"…24일 법안소위 논의
한국당 "오락가락 민주당 통일안 가져오라"…24일 법안소위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대표 과제로 '은산분리 완화'를 꼽은 가운데 정부·여당은 21일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처리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자유한국당은 핀테크 관련 규제의 빗장을 푸는 은산분리 완화에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이를 두고 분열하는 정부·여당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24일 법안소위에서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을 1호 검토 법안으로 다루는 등 8월 임시국회 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장일치 합의제 방식으로 운영돼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법안은 상임위 심의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무위에서 특례법 통과에 반대하는 이학영·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를 향해 쓴소리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같은 산업자본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위하는 산업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제 의원은 "대출이 손쉽게 이뤄지면 약탈적 대출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대출 편리성 강화를 금융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핀테크 사업에서 규제 혁신해야 할 분야는 결제시장이며, 이는 은산분리와 연계성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케이뱅크 예비 인가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명쾌히 정리하지 않으면 의심을 받는 법안 개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우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최 위원장은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1대 주주가 돼야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IC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 한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후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여당 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주장, 특히 "금융자본이 최대 주주가 돼야 한다"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과 대치되는 내용으로,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특례법안들은 모두 인터넷은행만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최대 50%까지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야는 34%까지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50% 넘게 갖지 못하도록 한 은산분리 규제 취지를 살리면서 독단적 의사결정도 견제할 수 있도록 의결권 있는 주식의 보유 한도를 3분의 1(34%)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0일 정책의원총회에서 특례법의 산업자본 의결권 지분보유 한도를 한국당과 합의한 34%에서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민주당 내에선 박 의원 안(25%)과 정재호 민주당 의원 안(34%) 사이로 낮추는 데 공감대를 이룬 바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분열하는 당내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자격이 막혀 있는 데 대한 금융위의 검토를 촉구했을 뿐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나 우려 사항에 대한 반박은 하지 않았다.
정무위 간사이자 법안1소위원장인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34%보다 후퇴한 안'에 대해 "우리는 지분 한도 34% 안에 합의한 적도 없고, 여전히 50%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34%안은 물론, 34% 후퇴 안은 더욱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오락가락하지 말고 당내 정리부터 하고, 통일된 안을 가져와야 한다. 민주당만의 정무위가 아니다. 한국당도 7명의 의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