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과함께2' 이정재 "특별출연인데 왜 열심히 하냐고요?"
2018-08-13 22:00
영화 ‘신과함께’(감독 김용화)의 모든 행사마다 배우 이정재(46)를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지난해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언론시사회, 무대인사 등 거의 모든 홍보 일정에 참여하면서도 스스로 특별출연임을 강조, 멋쩍어하던 그였으니까. 대개 특별출연한 배우들이 홍보 일정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영화 관계자는 물론 관객들까지 그의 행보를 놀라워했다.
하지만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을 지나 ‘인과 연’에 이르며 이 같은 반응은 차츰 저물고 있다. 이정재는 ‘신과함께-인과 연’(이하 ‘신과함께2’)로 하여금 염라대왕과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개봉,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쌍천만’을 노리는 ‘신과함께2’는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가 이들의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만나며 자신들의 비밀을 밝혀내는 내용을 그렸다. 이번 작품에서 이정재는 저승을 다스리는 염라대왕 역을 맡았다.
다음은 아주경제가 만나 인터뷰를 가진 이정재의 일문일답이다
드디어 2부까지 공개하게 되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 1부 공개를 앞두고 김용화 감독, (하)정우와 함께 밥을 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 한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초조한 마음이 들더라. 특별출연인 나도 그런데 김 감독은 오죽했겠나.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있다더라. 그 모습이 너무 짠했다. (김용화 감독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아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더라. 고기 불판 앞에서 울고 있는데 정우는 그 모습이 웃기다며 카메라로 사진을 마구 찍었다. 그리고 영화가 공개되었고 1부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땐 다들 어리둥절한 상태였는데 2부는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 든다. 김 감독도 1부보다 정성을 더 들인 것 같더라. 흥행과 상관없이 본인 일을 다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관객들이 1부에 보내준 사랑을 보답하는 의미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흥행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1편 스코어를 보면서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고 했는데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이 남다른가보다
- 김용화 감독과의 관계는 제게 엄청 큰 요소다. ‘신과함께’의 시작점이기도 했고. 만약 ‘신과함께’가 아닌 다른 영화였다면 출연을 고민했을 거다. ‘나 없어도 잘 할 수 있잖아’라면서. 하하하. 그런데 1, 2부를 같이 찍고 나눠서 개봉한다고 하지 또 제작비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는 거다.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특별출연 제안을 했을 때) 알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유준상 선배가 연기한 소방관 역할을 해달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특별출연을 해준다니까 스태프들이 소방관보다 조금 더 롤이 큰 염라대왕을 밀어보라고 한다’며, 다른 캐릭터를 내미는 거다. 일단 알겠다고 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엄청난 캐릭터더라. ‘이렇게 중요한 걸 왜 가볍게 촬영하라고 해!’라면서 시나리오를 숙지하게 된 거다.
영화의 뚜껑을 열어보니 ‘신과함께’ 시리즈의 키플레이어였다. 관객들에게 선물처럼 등장하기 위해 ‘특별출연’이라는 속임수를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그럴 수도 있다. 사실상 염라대왕은 6~7번째로 이름이 실릴 만한 조연 역할이다. 감독님이 저를 아껴주셔서 ‘특별’이라고 붙여주신 것 같고 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역할이라서 뒤로 빼놓은 전략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별출연이라고 말해놓고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았으니, 감독님께 섭섭할 수도 있겠다
- 섭섭하지는 않았다. 특별출연이라는 건 이정재라는 이름을 어디에 넣을까 걱정하다가 그렇게 된 거니까.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상황이 그렇다 보니 서운한 마음은 없다. 어차피 하기로 한 일이니까.
이정재에게 ‘신과함께’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 저를 비롯해 김용화 감독, 스태프들 모두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게 컸던 것 같다. 그 새로운 시도가 아주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현된다면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수많은 계획과 예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이런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예산이 많다면 좋은 퀄리티를 뽑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넉넉한 예산이 없지 않나. 그렇다고 예산을 줄인 만큼 퀄리티도 줄어들어서는 안 되니까. 스태프들도 사명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이런 영화들이 해외에도 소개되고 K-팝, K-드라마를 넘어 K-무비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염라대왕 캐릭터에 대해 말해보자. 영화 말미, 모든 것이 염라대왕의 계획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 전화통화로 ‘염라대왕 역을 해달라’기에 ‘알았다’고 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그런 식으로 잠깐 나와 쉽게 연기할 만한 역할이 아니더라.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고민만큼 연습도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염라대왕 역에 캐스팅된 뒤 시나리오를 다시 읽으니 매력적인 캐릭터더라. 그가 천년을 기다린 이유가 명확하고 감정을 잘 살린다면 의미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기 톤 조절은 어땠나?
- 그래도 연기를 오래 해왔으니 색깔, 톤 조절하는 법은 알고 있다. 다만 염라 식 목소리, 발성을 위해 집에서 촬영장으로 1시간 반가량 출퇴근을 하면서 연습을 했다.
하정우와 맞붙는 신이 인상 깊었는데
- 하정우에게도 감정이 최고조까지 오르는 신이었으니까. 서로 대사를 주고받으며 연습했다. 실제로도 한 방향만 찍을 때도 서로 같이 있어 주면서 연기 했고.
염라대왕은 쉬이 예측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모든 걸 새롭게 만들어야 했는데
- 저도 한다고 말을 해놓고 걱정했던 게 그런 부분이었다. 어릴 적 ‘전설의 고향’에서도 염라대왕 캐릭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름에서 주는 동양적인 느낌 때문에 외적으로도 동양의 느낌이 가미될 거로 생각했었다. 보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상상력을 가미할 수 있었는데 그게 제겐 장점으로 작용했다. 관객들도 보면서 ‘염라는 저렇지 않은데’ 하지 않을 테니까.
2부까지 공개되며 자연스레 ‘신과함께’ 3, 4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원작에서도 ‘신화 편’에서 염라의 전사가 공개되는데
- 다음 시리즈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2부까지 본 관객들이 3, 4부를 원해야 한다는 거다. 관객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니까.
이번에도 이정재의 성대모사로 온오프라인이 후끈할 것 같은데
- 저도 기대 중이다. 워낙 예측 불가라. 상상하지 못한 대사를 따라 하시지 않나. ‘신세계’의 ‘중구 형, 그거 너무한 거 아니오?’ 같은 건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하하하. 성대모사가 유행처럼 번지는데 홀로 ‘이 현상은 무엇이지?’ 싶었다. 상황을 이해해야 저도 받아들이니까. 이제는 많은 분이 저의 성대모사로 즐거워하는 것이 좋고, 사랑해주시는 것에 무척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