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DNA’ 되살린 이재용 부회장, 대규모 M&A로 그간 공백 채울까

2018-08-08 16:47
- 180조 투자로 그룹 수장 존재감 드러내
-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M&A에 주춤했던 삼성, 적극적 행보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에 없는 투자’를 통해 삼성의 ‘혁신 DNA’를 깨우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출소 이후 약 6개월간 두 차례의 공식일정만 소화하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다섯 차례 해외출장도 모두 비공식 일정으로 비밀스럽게 진행했다. 그러나 8일 180조원(국내 130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투자방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혁신에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이날 이 부회장이 180조원에 이르는 투자방안을 통해 그룹 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향후 대규모 M&A 등 그간 삼성전자의 멈춰 섰던 성장동력 확보 노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이후 의미 있는 M&A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이 이번 투자방안을 통해 보폭을 넓힌 만큼 신성장동력 관련 M&A 등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9조4000억원을 들여 미국의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부품 업계 선도업체로 도약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2월 구속되기 전까지 그룹 일선에서 이 부회장이 보여준 경영스타일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이었다. 즉 적시적기에 M&A 등을 통해 체질개선을 함으로써 성장의 동력을 마련했다.

2014년 11월 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방위산업 부문의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에 매각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 BP화학, 삼성SDI의 화학 부문도 롯데에 팔았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된 후 해외 기업과의 M&A 등 굵직한 현안을 주도적으로 챙기며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바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적극적으로 M&A를 모색할 것으로 업계에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대두된 위기론에 근거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TV·가전(CE), IM(IT·모바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사업에서 골고루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며 불균형한 사업구조로 변화했다. 올해 2분기만 해도 16조원가량의 영업이익 중 80%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그 사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는 오히려 역성장하며, 실적 상승의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에 고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에서 풀려난 직후 약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핵심 사업부문의 임원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어 3월 말부터는 잇따라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해외출장은 대부분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행보였다. 첫번째 유럽·캐나다 출장 때는 인공지능(AI) 관련 시설 방문, 중국 출장 때는 전기차·스마트폰 업체 대표 면담, 일본 출장 때는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영국·캐나다·러시아에 AI 연구센터 설립 계획을 내놨고,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넥스트 Q 펀드'를 발족시켰다. 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처음 만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넥스트의 데이비드 은 사장을 임명했고, 첨단 분야의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2년가량 삼성전자의 혁신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M&A가 꼽히고 있다”며 “하만 등의 인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삼성전자는 적기의 M&A를 통해 혁신을 일궈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