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하라" 올 한해 130조원 철도 인프라 투자

2018-08-08 10:58
올초보다 11조원 투자 늘릴 계획
각 지방정부 최대 2조원 인프라 투자 추진
올 하반기 인프라 투자 속도낼듯…경고 목소리도

지난달 26일 리커창 총리가 시짱자치구를 방문해 촨짱철도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중국정부망]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한해 130조원 이상을 철도 인프라 투자에 쏟아 붓는다. 미·중 무역전쟁 고조로 하반기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올해 철도 건설에만 131조 투자

[자료=중국교통운수부]


중국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중국철로총공사 관계자는 올 한해 중국 철도 고정자산 투자액이 8000억 위안(약 13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 등이 8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원래 계획했던 올해 철도 고정자산 투자 예산에서 약 11조원 늘어난 수치다. 중국은 3월 정부공작보고에서 올 한해 철도 고정자산투자 예산을 7320억 위안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 해보다 8.5% 줄어든 수치로, 2014년 이래 가장 낮은 액수였다.

하지만 경기하방 압력을 막기 위해 철도 투자를 늘리기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와 일주일 뒤인 31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최고지고부는 잇달아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26일 직접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시짱(西藏)자치구 라싸를 잇는 촨짱(川藏)철도 건설 현장을 시찰하며 중서부 지역 인프라 설비는 비교적 낙후돼 있다며 투자를 늘릴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철도 투자는 오랜 기간 중국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견인차였다. 중국은 특히 글로벌 경기 위기 당시인 2009년 철도에 7045억 위안에 대규모로 투자한데 이어 2010년엔 8426억 위안을 투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 최대 2조원 인프라 투자 추진하는 지방정부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최근 각 지방정부도 철도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원은 올해 예정된 1조3500억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권 발행도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상태다.

8일 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에 따르면 광둥(廣東)·저장(浙江)·산시(山西)·칭하이(靑海) 등 지방정부는 적게는 수 천억, 많게는 조 위안대까지 넘는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광둥성이 올 7월 공개한 2018년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교통망·수해복구예방·지하파이프라인·환경오염 예방 등 9대 분야에서 모두 18개 투자사업이 포함됐다. 총 투자액만 1조9000억 위안으로, 이중 교통망 건설에 1조3000억 위안이 넘게 배정됐다.

칭하이성도 올 한해 수리·교통·에너지·IT·도시인프라·산업구조조정·생태건설·민생개선 등 중점 사업 190개를 추진하는데, 투자 규모만 8535억 위안에 달한다. 이중 올해 1800억 위안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저장성도 향후 5년간 중점 교통인프라 건설사업 70개를 추진해 모두 1조 위안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중 올해 추진되는 것만 44개에 달한다.

◆ 인프라 투자 의존한 경기부양 경고 목소리도
 

[자료=홍콩명보, 윈드사, 초상증권]

사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채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벌여온 중국은 고도의 질적 성장 발전을 외치며 투자에 의존한 성장을 경계해 왔다. 지방정부나 국유기업들도 투자를 줄이고 부채를 줄이는데 주력해왔다.

이로 인해 인프라설비 투자는 올 들어 큰 폭 둔화했던 게 사실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인프라 설비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는데, 이는 2017년 같은 기간 증가율인 21.1%에서 13.8%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는 예상치 못한 경기 하방압력을 받게 됐다.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은 6.7%로, 전 분기에서 0.1%P 둔화했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고수했던 온건·중립 통화정책 기조에서 선회해 올 들어 세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 차원에서 잇달아 시장에 돈을 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가 아닌, 인프라나 부동산에 쏠릴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인 2009년 4조 위안 부양책의 후유증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중국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중에 풀린 자금이 4조 위안이라며 연말까지 7조~8조 위안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금이 주로 국유기업으로 몰려 결국엔 철도 등 인프라 투자·부동산에까지 흘러들어갈 것인 반면 민영기업에는 돈이 돌지 않아 민영기업의 혁신동력과 소비를 촉진할 수 없게 돼 결국엔 경제성장을 인프라, 부동산 투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