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조선, 철강업계 '상생' 만이 살릴 길

2018-07-27 06:08
생계형 수주물량에 원자재값 오르면 조선업계 치명타

[사진=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상생 협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후판가격 인상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리한 후판가 인상시 조선업계 '뿌리째 흔들'

조선업계는 현재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7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기간 10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최근 철강업계에 후판가격 인상 유보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협회는 “현 시점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최근의 경영여건상 감내할 수 없어 조선산업 전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이같이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선업계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선종에 따라 다르지만 선박 제조원가에서 후판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0% 수준에 달한다.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산업 특성상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조선업계는 상승분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올해 건조되는 선박은 2016년 사상최악의 수주난 속에서 최소한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수주한 물량이다. 때문에 후판가격 인상은 고스란히 적자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적자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정비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는 고정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회사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임금 반납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조선업계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조선업 종사자는 총 10만3000여명이나 감소했다. 특히 연구개발, 설계 등 핵심인력마저 이탈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 석사급 이상 연구인력은 2013년 1370명에서 2016년 723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의 인력감소와 핵심인력 유출은 결국 기술중심으로 경쟁력을 갖던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그리고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을 경우 중장기적으론 철강업계에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후판가격의 무리한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후판가격 인상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위협할 만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체들도 장기적인 수급처를 상실한다"며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전방위적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수익성 고려한 영업 전개...2년 후엔 후판가 인상 가능할 듯

물론 철강업계 입장에서 후판가격 인상을 무한정 유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철강업계가 지난 5년여간 글로벌 가격 대비 낮은 가격에 후판을 공급해온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주가 본격 일감으로 반영되는 2020년쯤에는 조선업계에서도 충분한 후판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행히 국내 조선소들도 최근 들어 수익성에 초첨을 맞춰 선별적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태일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본부 상무는 지난 23일 컨퍼런스콜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주 잔량을 고려해 향후 좀 더 선별적인 수주에 나설 여력이 있다”고 했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하반기 영업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연구위원은 “예상보다는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조선업황이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으며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조선업계는 상선부분 공정관리 노하우가 상당해 원가관리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파악해 치밀하게 대응하면 충분히 후판가 인상 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