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혁신TF "가스·석유공사 통폐합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우선"

2018-07-26 12:39
자원공기업 3사, 총 부채 51조5000억원·총 손실액 15조9000억원
"자원 3사, 개선노력 미흡…뼈 깎는 구조조정 필요"

[사진 = 아주경제DB]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수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가 통폐합은 피하게 됐다. 다만 이들 공기업과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자원공기업 3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자원공기업의 과거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태를 조사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제시했다.

우선 TF는 공기업 통폐합보다는 사업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복수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기업이 있는 현 체제가 경쟁 및 상호보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대내외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TF는 통폐합 등 거버넌스 개편 방안은 중장기 검토과제로 넘겼다.

TF는 국민부담 최소화 원칙에 따라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TF는 과거 대규모로 투자된 사업들의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며 그간 공기업들이 추진해온 구조조정 노력은 현상유지 수준으로 재무개선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3사는 2017년 말 기준 총 51개국, 169개 사업에 41조4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총 회수액은 14조5000억원에 그쳤다. 총 손실액이 15조9000억원, 부채가 51조5000억원 수준이다.

TF는 향후 추가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TF는 공기업들이 정부 재정지원이 없다는 전제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부가 선(先)구조조정, 후(後)정부지원을 원칙으로 공기업으로부터 최대한의 자구노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2년, 5년, 10년 단위로 설정하고, 구조조정 목표 달성 여부를 사장 등 경영진 인사와 연동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 차입과 자회사 보증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며 각 공기업은 부채감축 목표와 단계별 상환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저유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 계획을 수립해 자본잠식 등 재무적 위기에 사전 대비할 것도 권고했다. TF는 기존 자원개발사업 중 경제성이 미흡하고 전략적인 중요성도 낮은 사업들에 대해 매각 등 출구전략을 마련하라고 했다.

TF는 석유·가스 분야 29개 사업 중 4개 사업은 경제성과 전략성이 모두 미흡하다고 판단했지만, 구체적인 매각 대상을 지정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매각 대상은 각 공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TF는 헐값에 팔릴 우려가 있으니 매각 대상을 비공개로 하고 매각 기한을 한정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사업을 가능한 국내 민간기업에 이관하고, 부실사업 책임자는 엄정히 처리하되 단순히 정책을 따른 중하위직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과거와 같은 무리한 자원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권고했다.

매장량에 대한 자의적 판단 배제 및 합리적인 평가 기준 수립으로 고가 인수를 차단하고 이사회 의사록 공개와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책임성·전문성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사업진행 단계에서는 사업별 경제성과 전략성을 주기적으로 재평가해 3회 이상 부진한 사업은 퇴출하고 손절매 기준 등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고 했다.

사후관리 차원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사진에 민사절차를 통해 손실 보전을 청구하되 투명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했는데도 실패한 경우 책임을 경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산업부는 TF 권고안을 반영한 제6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공기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