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경제학] 최대전력수요 9000만kW 넘었다…역대 최대 경신

2018-07-23 17:36
전력예비율 올해 처음 한 자릿수로 떨어져
정부, 8월 2~3주 차에 8830만kW 예상했지만 7월에 전망치 훌쩍 넘어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최대 전력수요가 9000만kW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0% 이상 유지했던 전력예비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부는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예측한 전망치를 크게 벗어난 전력수요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오후 4~5시 순간전력수요 평균) 전력수요가 9070만kW를 기록했다. 기존 역대 최고치인 올해 2월 6일의 최대 전력수요 8824만kW를 훌쩍 넘어선 것.

최대 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쓴 한 시간 동안의 평균 전력수요를 의미한다.

이날 공급 예비력은 760만kW, 전력예비율은 8.4%를 기록했다.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정부는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전력수급은 안정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력수급 위기 경보는 예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발동한다. 아직 경보를 발동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이날 전력 공급은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했지만, 문제는 정부의 수요전망 예측치를 크게 벗어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전망에 대해 8월 2~3주차에 8830만kW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8월도 되기 전에 이미 9000만kW를 넘어섰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통상 7월 말까지 이어지는 장마가 올해에는 45년 만에 가장 빨리 끝났고 더위가 일찍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단기 예측치 역시 빗나갔다. 지난 20일 산업부는 이번 주 최대 전력수요가 8830만kW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전력예비력 1000만kW 이상, 전력예비율 11% 이상을 유지해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과 3일 만에 이를 훌쩍 넘어서는 전력수요가 발생하고 전력예비율은 8%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최대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은 전력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 방침은 발전소를 더 짓는 대신 수요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년에 몇 번 있을 수요 피크 때문에 발전소를 과도하게 늘리면 평소에 놀리는 설비가 너무 많아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요관리 정책은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이다.

DR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감축 요청에 응하면 최대 약 400만kW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산업부는 파악하고 있다.

실제 작년 여름에는 7월 12일과 21일 두 차례 수요감축을 요청했고, 겨울(작년 12월∼올해 2월)에는 10차례 요청했다.

정부는 DR로 인한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여름부터는 발령 기준을 변경했다.

예비력이 100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8830만kW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에만 DR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전력수급 상황이 DR 발동 조건을 충족했지만, 정부는 DR을 활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