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 들인 '여수 상징의 문' 명칭·위치 두고 시끌

2018-07-26 15:13

여수 상징의 문 조감도[사진=여수시 제공]


수십억원의 예산을 세우고도 수년 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해 논란이 됐던 전남 '여수 상징의 문'이 명칭 문제와 설치 위치를 두고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여수지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가 지역을 대표하는 구조물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 쉼터에 시비 29억원을 들여 여수상징의 문을 건설 중이다.

7월 현재 공정률은 45%로 10월 완공된다. 한옥 모양의 육교 형태로 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들어선다. 여수시는 2016년 3월 용역을 거쳐 여수상징의 문 후보지 5곳을 선정했고, 의견 수렴을 거쳐 외지인의 통행이 잦은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를 정했다.

명칭은 거북선을 만들어 왜군에 대항했던 역사성을 살린다는 의미로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정했으나 통영시와 겹친다는 이유로 '이순신 구국 도시 여수'로 바꿨다. 그러나 여수에서 태어나고 고향을 사랑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여수종고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상징의 문 설치 위치와 명칭 등이 부적절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종고회는 "애초 거북선을 처음 만들고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었던 여수의 역사적 사실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지역의 경계 지점에 여수를 상징하는 문(門)을 건립키로 했으나, 현재는 전혀 엉뚱한 위치에서 공사하고 있다"며 "이는 시민적 공감대가 없고 공론화 과정이 배제된 채 추진된 밀실 행정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4년 여수시문화유산위원회와 시민패널 대상 설문조사를 해 선정된 '삼도수군통제영 여수'라는 기념물 명칭을 '이순신 구국 도시 여수'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변경하는 등 부적절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며 "전혀 엉뚱한 지점과 이상한 이름으로 건립되면 여수시민들은 회복하기 매우 어려운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하므로 건립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위치와 명칭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여수시 측은 "여수를 찾는 많은 관광객에게 이순신 장군의 역사를 알릴 수 있고 쉼터 역할도 할 수 있어 위치를 변경하는 것은 힘들다"며 "구국 도시라는 명칭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수 상징의 문 설치 문제는 2016년에도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14년 여수시는 "임란당시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었던 역사적 사실을 국내외에 알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명분으로 여수-순천간 자동차 전용도로에 '이순신 구국도시 여수문' 건립을 추진했다. 당초 '여수문'은 길이 36m, 폭 7.4m, 높이 6.9m규모로 여수~순천 간 전용도로 제2산단IC 일원에 설치겠하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예산을 세워 놓고도 2년이 지난 2016년까지도 도로 점용 허가를 위한 해당 기관 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추진을 못했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여수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국도유지관리사무소 등 관계 부처와 협의 등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함에도 2년이 지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는 것은 사업추진에 문제가 있다"며 사업취소 검토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