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의 알쓸軍잡] 영화 시카리오 ‘맷 그레이버’ 정체는 도대체 무엇?

2018-07-19 17:05

밀리터리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영화 ‘시카리오’가 2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편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국경에 모인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미국 최고의 특수부대 '에이스’ 요원 등 프로 중의 프로들이 펼치는 총기 액션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역시 훌륭했는데요. 마치 관객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다니며 시종일관 조여오는 서스펜스와 무겁고 짙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 연출,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배경음악 등 여러모로 탁월한 영화였습니다.

2편도 전작의 설정과 분위기, 독특한 스타일을 이어받으려고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러나 영화 전반을 휘감는 긴장감의 무게는 가벼워졌고,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붙으면서 주요 등장인물의 개성은 오히려 모호해졌습니다.
 

[시카리오2_데이 오브 솔다도. 사진=네이버 영화]


◇ ‘맷 그레이버’ 당신이란 사람은 도대체…

그렇다고는 하지만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와 맷 그레이버(조슈 브롤린)는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오늘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CIA 요원 맷 그레이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극 중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맷 그레이버의 정체는 CIA 내 준군사부서인 비밀공작국(The Special Activities Division, SAD) 예하 특수공작단(Special Operations Group, SOG) 요원으로 추정됩니다.

SOG는 냉전시대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등 제3세계권에서 발생한 각종 쿠데타나 반미인사에 대한 △체포 △고문 △암살 등 그야말로 '더러운 임무'를 도맡아 수행한 곳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정규군의 특수부대로도 수행하기 어려운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겁니다.
 

[시카리오. 사진=네이버 영화]


원활한 작전을 위해 SOG는 자체적으로 해상공작부와 공중공작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상공작부는 쾌속정에서부터 잠수정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필요에 따라 대형장비를 수송할 수 있는 화물선을 임대해 사용한다고 합니다

공중공작부는 소형제트여객기와 수송기는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에서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이 지역에 흔한 옛소련제 군용기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세계 어디든 두 시간내 출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02년 11월 예멘의 알카에다 요원을 암살하는 데 사용된 프레데터 무인항공기도 공중공작부에서 보유한 장비의 일부입니다.
 

[훈련 중인 데브그루 요원들. 사진= 미 해군]


SOG 요원들은 5년 이상의 군경력자 특히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 소속 △에이스 △데브그루 △정보지원부대 △제24특수전술대대 출신 중에서 주로 선발되지만 △해군특전단 △해병특수수색대 △CIA 내부 요원 중에서도 선발되는 인원이 있다고 합니다.

소규모 인원(2~8명)으로 민첩하게 활동하는 것이 장점인 SOG 요원들은 현장에서의 재량권도 커 아프가니스탄 전쟁준비를 위해 투입됐던 요원들은 현지 군벌들을 매수하기 위해 각각 300만 달러를 지참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SOG요원들은 영화에서처럼 JSOC 소속 특수부대원의 동원을 요청할 수 있으며, 직접 지휘할 수 있습니다. 2002년에는 ‘오메가 사업’(Omega Program)이라는 작전에 데브그루 요원들이 투입, 파키스탄의 무장단체 조직원을 제거한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민병대를 훈련시키고 있는 SOG 요원들. 사진=위키미디어]


◇ SOG 요원들이 써 내려 가는 피의 역사

과거 비인도적인 공작들로 국내외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으면서 1990년대 사멸 직전까지 갔던 SOG는 1997년 조지 테닛 CIA 전 국장의 취임 이후 부활했습니다. 이후에도 이들은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역사를 이끌었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SOG 요원들은 수개월 전 유럽의 사업가로 위장해 △바그다드 △바스라 △모술 등 주요 전략목표에 잠입해 △지휘 △통제 △통신 및 정보(C3I) 시설 등 전쟁 수행의 대뇌기능을 하는 시설물 등에 대한 현장정보를 수집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에 반감을 품은 정부관리 및 예비역 장성, 정보기관원과 비밀접촉을 통해 생화학무기나 스커드미사일 같은 대량파괴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 은닉장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크전에 투입된 SOG 요원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SOG 요원들은 북부 쿠르드족 지도자에게 접근, 전쟁 발발 이후 쿠르드 민병대 조직의 원활한 동원과 이라크군 주요 지휘관에 대한 투항 등을 논의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CIA를 비롯해 영국(SIS), 호주(ASIS) 정보기관이 중심이 된 이라크사찰단(Irag Survey Group)은 이라크 전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오랜 기간 독재자로 군림하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쫓아내려는 이라크 망명자들의 거짓 정보에 미국이 놀아난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려고 국민을 기만한 ‘WMD 게이트’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파문이 일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SOG 요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CIA가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군수업체와 석유자본, 민간군사기업의 배를 불려주려던 것이 진짜 전쟁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이 정치권에 후원하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SOG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이라크전 즈음에 SOG는 북한에 잠입, 핵시설이나 핵무기를 파괴하기 위한 비밀훈련을 받은 것이 공개됐습니다.

핵개발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선을 넘었다면 SOG가 출동할 수도 있었던 셈입니다.

2002년 5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방부와 CIA에 대해 핵무기 입수 직전 단계에 있는 국가를 선제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비밀 명령서에 서명한 것으로 밝혀져, SOG가 더욱 주목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