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기무사 문건, 군 내부는 인적 쇄신 폭풍 전야
2018-07-17 16:33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 연일 강수를 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도 방문 중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이어 특수단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청와대에 관련 문건 제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뿌리 깊은 군 정보기관의 정치 참여 역사를 청산하고, 과거 정권에 과잉 충성한 군 수뇌부를 교체하는 등 국방개혁의 한 축을 주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기무사는 물론이고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에 등장하는 8·20·26·30 기계화보병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 1·3·9 특전여단, 707 특임대대 등의 부대 지휘관들이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내란예비음모죄’와 ‘군사반란예비음모죄’가 일부분이라도 인정될 경우, 촛불 탄핵정국 당시 계엄령 준비를 가능케 했던 군 지휘부의 물갈이가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군 조직 내 주요 파벌 세력이 해체될 전망이다.
군 내부에선 이를 두고 두 가지 시각이 교차한다. 군 내 기득권을 타파함으로써 개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첫째다.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부대로 육군·해군·공군 어디에서나 사령관을 맡을 수 있으나, 대대로 육군에서 독식해 왔다.
기무사는 그동안 해군과 공군 수뇌부의 정보·첩보를 수집, 이를 이용해 육군이 군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육군을 제외한 타군에선 인적 쇄신을 은근히 반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창군 이래로 육군이 군내 기득권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면서 “과거 '육방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육군 위주였다. 이번 사건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 군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적 쇄신을 빌미로 주요 보직에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힐 경우, 개혁은커녕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잘못된 과거와 단호하게 결별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면서도 “이번 정권에서도 과거 정권과 비슷하게 군 수뇌부의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혁신 의지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견제와 균형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