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강국 재도약➇] 난관 봉착한 中조선업
2018-07-12 18:58
‘저인건비’ 이점 줄고 발주 신뢰도도 문제
중국 조선소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 인건비가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도하는 선박 품질과 납기일 준수 등의 신뢰도가 떨어져 선사들이 발주를 망설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 사라져가는 ‘저인건비’ 이점
10여 년 전부터 중국 조선업의 급속 성장을 이끈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인건비’였다. 하지만 그간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임금 역시 비약적으로 올라 이 같은 이점을 잃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조선소 직원들의 평균 월임금은 6000위안(약 100만원)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중국 상하이 등 남부에 위치한 조선소 노동자들의 경우 한달에 8000~1만 위안(약 135만~170만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선박건조에 드는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했지만 임금 인상과 조선 가격 하락이 겹치며 15%를 상회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이미 싱가포르에 비해 인건비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싱가포르 조선소들은 방글라데시 등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대거 유입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인건비는 최근 10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올해 기준 상하이지역의 최저임금은 2300위안(약 39만원)으로 2010년(1120위안)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베이징의 최저임금은 2000위안(약 34만원)이며 이밖에 조선소가 밀집한 산둥성과 장쑤성 등의 최저임금은 1810위안, 1890위안 등이다. 모두 201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도 크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중국의 평균임금은 2015년 이미 5000 위안(약 85만원)을 넘어섰다. 민간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평균임금이 7600위안(약 129만원) 수준이다. 중국 취업컨설팅업체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이 발표한 ‘2017년 가을 중국 고용주 수요와 화이트칼라 인재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지역의 평균임금은 1만 위안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 압박이 거세지는 것은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종사자는 도시 외곽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며 업황부족으로 상대적인 임금 상승도 낮아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부동산업, 건설, 철강업계로 이직하고 있다고 현지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지속되는 적자로 구조조정 나서, 납기 신뢰도 문제
저가수주 이외에도 문제는 많다. 우리나라 국적 연근해선사인 A사 관계자는 “중국 선사들이 낮은 선가를 제시함에도 선뜻 발주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A사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여러 곳의 중국 조선소에 대규모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선사가 아니라 중국선사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같은 규모의 선박에 같은 옵션으로 견적을 낼 경우 중국 조선소가 10% 이상 저렴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A사는 아직 건조계약을 확정짓지 못했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 조선소를 믿고 건조를 맡기기가 어려워서다. 가장 큰 문제는 만성적인 인도지연이다.
A사 관계자는 “현재 발주하는 선박은 2020년 당장 노선에 투입돼야 하는 선박인데 중국 조선소가 제때 인도하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해진다”며 “건조능력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 따지다 보니 여러 조선소를 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 조선소들이 누적 적자 심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데 국내선사로서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며 “내부적으론 중국선사에 발주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한 선박의 품질도 문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의 보험금 청구는 한국 선박의 두 배를 넘는다”며 “중국 선박에 대한 수요는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