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강국 재도약 ⑥] 우리나라 조선업 경쟁력 충분, ‘환경규제는 기회’
2018-06-22 06:00
전세계 조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에 특화된 경쟁력은 물론이고 친환경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 조선 빅3, 중국‧일본과 포트폴리오 차별화
글로벌 분석기관인 IHS마킷에서 아시아지역 조선‧해운 분석을 담당하는 이대진 선임 컨설턴트는 지난 1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IHS마킷 마리타임&트레이드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경우 일본, 중국과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가 한국 조선업체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한국 조선 빅3가 치킨게임을 벌이는 중국‧일본과 차별화된 선박 포트폴리오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수주물량은 탱커와 가스선에 집중된 반면 일본과 중국은 여전히 벌커와 일반 컨테이너선 등 일반선에 집중됐다”며 “일본과 중국의 경쟁에서 한국은 다소 비켜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별 수주잔량을 살펴보면 일본, 중국 조선소와 한국의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클락슨리포트가 집계한 이달 1일 기준 수주척수 기준 국가별 잔량을 살펴보면 한국은 탱커비율이 47.6%로 가장 높았고 가스선이 23.9%로 두 번째였다. 컨테이너와 벌크선의 경우 각각 13.6%, 5.2%에 그치는 수준으로 낮았다.
이에 반해 일본과 중국 조선소는 벌크선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벌크선 비중이 41.7%에 달했으며, 중국도 29.5%로 나타났다. 탱커의 비중은 일본이 28.6%, 중국이 15.9%이고 가스선은 각각 8%, 2.3%에 그쳤다.
탱커부문에선 고부가가치인 VLCC 수주잔량 108척 중 64척을 한국이 가지고 있으며 LNG선 부문에서도 110척 중 73척이 한국의 일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VLCC 부문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올해 발주된 VLCC 27척 중 90% 이상인 25척을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등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발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컨설턴트는 “선박 발주 시 금융조달(파이낸싱)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최근 발주된 VLCC들은 대부분 자금력이 풍부한 선주들이 발주한 것”이라며 “신규 선박들은 구형선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선주들의 신규 발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환경규제로 결국은 ‘LNG추진선’… 조선 빅3 기회온다
이와 함께 해운시장의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도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 조선업계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LNG 추진선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NG추진선은 경유 대신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당장 오는 2020년 1월부터 선박연료의 황산화물(SOx) 규제를 강화한다. 현재 선박은 3.5% 이하의 SOx가 포함된 연료를 사용하면 됐지만 규제가 시행되면 0.5% 이하의 SOx만 허용된다.
선사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3가지다.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스크러버(SOx 저감장치)를 설치하거나 LNG 추진선을 신조발주해야 한다.
당장 대부분의 선사들은 저유황유 사용을 고려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저유황유 가격이 오르게돼 경제성을 잃는다. 업계에선 기존선박에 저유황유를 사용할 시 엔진손상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스크러버 역시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선박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스크러버의 표준화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LNG를 연료로 하는 ‘LNG추진선’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 조선업계는 LNG 추진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무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계는 LNG추진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조선업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조선업은 기본설계인력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선박 기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