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주 기자의 도심 속 진주 찾기]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각지대

2018-07-10 15:04

신혼희망타운 대상 단지 현황도[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정부가 '듀오'보다 더 적극적인 듯"

지난 5일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 친구들이 한 말입니다. 결혼정보 업체보다 더 적극적으로 결혼을 독려하는 이번 정책을 보고 각종 혜택이 나에게도 해당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번 대책이 나간 뒤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 상담을 신청해오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관련기사>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혼인 저는 이번 대책을 쓰면서 기사에 영혼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은 제 지인들을 동원한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이번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의 사각지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설문조사 대상은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부터 첫째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결혼 5년 차 부부까지 총 다섯 쌍입니다. 설문조사는 카카오톡을 통해 진행돼 다소 과격한 표현은 뺐습니다.

물론 표본은 상당히 적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를 보면 이번 주거지원 방안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진정한 사각지대는 결혼을 ‘못’한 사람이다”라거나 “문재인이 대통령할 때 빨리 시집가라”는 저희 아버지의 소수 의견도 있었습니다.

우선 다섯 명 가운데 서울에 살고 있는 네 명은 신혼희망타운으로 선정된 지역 가운데 서울이 적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물론 이는 서울에서 새로운 택지를 발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올봄에 결혼한 친구는 회사 팀장이 “첫 신혼집을 경기도에 얻으면 평생 서울에 들어올 수 없으니 발도 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며 “신혼희망타운을 바라보고 경기도로 나갈 경우 서울로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지원 방안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서울에 지어지는 신혼희망타운은 양원과 수서역세권이 유일합니다.

신혼부부들은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아파트를 찾지만 쉽진 않습니다. 그래서 연말 결혼을 하는 친구는 결국 빌라를 구했습니다. 주변 어른들이 “빌라는 집값이 아파트만큼 오르지 않으니 사지 말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수도권 신혼희망타운은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 같다”며 “처음부터 집을 사는 신혼부부가 얼마나 된다고 차라리 전세 대출이나 우대해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로또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선 당사자인 신혼부부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는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주변 시세의 70%가량에 분양되는 신혼희망타운에 대해 수익을 주택도시기금과 절반 나누는 전용 모기지를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10년 미만으로 자녀가 없이 살고 나가는 부부는 시세 차익의 50%를 기금에 돌려주면 되고, 자녀가 2명 이상이고 15~30년 살다가 나가는 부부는 10%만 돌려주면 됩니다.

올해 결혼 2년 차인 친구는 “부모님한테 받은 ‘불로소득’인 재산에도 증여세를 50% 부과하는데 신혼희망타운은 당첨만 되면 절반은 내 몫이 되는 것”이라며 “시세차익을 노린 입주를 막으려면 차익의 전액을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미 집을 구했고 아이가 있는 결혼 5년 차 부부는 이번 지원 방안에서 분양아파트가 아닌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출 지원책을 살펴봤습니다.

신혼부부 전용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사회 초년생이 아닌 이상 세금을 감안했을 때 맞벌이 부부가 7000만원을 번다면 그건 ‘짠내나는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있는 이 친구의 시선은 또 다릅니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을 키우는 이 친구는 남매는 더 크면 방을 따로 줘야 하니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크기가 작다고 말합니다.

이미 행복주택 가운데 신혼부부의 물량에 대해 전용면적 36㎡의 크기는 아이를 둔 신혼부부에게 너무 작다는 지적은 나왔습니다. 이에 이번에 정부는 전용 36㎡의 비중을 75%에서 50%로 줄이고 전용 44㎡의 비중을 25%에서 35%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전용 59㎡의 비중은 15%를 공급해야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아이를 키우면서 오래 살 생각을 한다면 이것도 작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결혼해 이제 자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친구는 “취득세를 못 내서 집을 못 사는 사람이 어딨냐”며 “보육시설이랑 보육교사 수나 늘려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래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없는 것보단 낫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입니다. 이제 막 지구를 지정하고 닻을 올린 정책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