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비핵화 협상 난관?

2018-07-09 15:51
그레이엄 "중국, 북한에 '대미 강경태도' 압박했을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지난 8일 이틀 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북한을 떠나기 직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25일 만에 평양에서 열린 후속 고위급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워싱턴에서 대북정책 회의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서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하는 등 양국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후속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틀어진 중국이 북한과 더욱 밀착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적 협력을 약속할 경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시간을 더 끌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최대 경제 후원국인 중국의 태도에 따라 비핵화 이행을 위한 북·미 간 대화 국면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중진으로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이 팽팽한 입장차를 확인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강경한 노선을 취하라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나는 북한 전체에 뻗쳐 있는 중국의 손을 본다"면서 북한의 강경한 태도의 배후엔 중국이 버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싸우고 있다"면서 "미국은 무역에 있어 중국보다 더 많은 총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6~7일 평양에서 후속회담을 했으나 비핵화에 대한 인식차이만 드러냈다. 북한 외무성은 회담 후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강도 같은)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후 뚜렷한 북한 비핵화 성과가 나오지 않자, 미 공화당 내에서 다시 현행 대북제재 유지뿐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로이 블런트 공화당 의원은 8일 NBC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블런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중단한 것은 실수"라며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의 상호운영 능력을 포기하겠다는 데는 매우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조니 어니스트 의원(공화·아이오와)도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군사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훈련의 목적은 분명하게 한반도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만약 이번 협상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나는 곧바로 (훈련을)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셉 윤 전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 사이에 근본적인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여전히 우리가 주요 보상을 하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를 상당히 진행할 것으로 믿고 있는 반면 북한은 양측이 보조를 맞춰 같이 움직이고 합의할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고 CNN에 밝혔다. 이어서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보다 더 얻어낸 양상”이라며 “북한이 상황과 협상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연 한반도 미래포럼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은 비핵화를 더 큰 패키지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며 “다르게 말하면 미군이 철수하고 한·미 훈련이 중단되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WP에 ”북한에게 비핵화는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이 모두 자기들 것을 포기할 때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군축을 뜻한다”고 말했다. 

1994년 북한과의 핵협상을 담당했던 전 국무부 당국자인 조엘 위트는 “미국이 북한의 목표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며 “미국이 북한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 협상가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룻밤 사이에 되리라는 희망은 환상이며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를 분석하면서 양측 간 상호불신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9일 사평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는 이미 위대한 시작을 형성했고, 양국 지도자들은 새로운 국면을 여는 데 공을 세웠다"며 "그러나 양측은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각종 우여곡절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즈강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번 회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 "중국은 북·미 양국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데 건설적인 노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국의 지역 안보 전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