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폼페이오 방북 부정적 평가 ...순탄치 않은 비핵화 후속 협상
2018-07-08 13:26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를 놓고 양측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향후 비핵화 후속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 성과를 두고 서방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반면, 북한 외무성은 ”강도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 것과 관련, 파이내셜타임스(FT)는 비핵화에 대한 양측 간의 불협화음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은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공개 비판했다. 담화는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미국측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신고, 검증 등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ABC는 북한이 ”강도적”이라는 고강도의 비난성 표현을 쓴 것과 관련, 북핵 협상이 문제에 봉착한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일본 도쿄에서 강경화 외교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가 강도같은 것이라면 전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백악관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북한의 이번 담화문이 협상 파탄을 드러내는 것인지 북한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중심에 있는 북·미 대화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또 담화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폼페이오 장관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차례 방북 때와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WP는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의 호전적인 표현으로 돌아가면서 6·12 공동선언에서 명확한 선언이 없었는데도 북한의 핵위협이 사라졌다고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곤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두 나라가 비핵화의 개념에 대해서도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번 방문에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그는 WP에 “폼페이오 장관이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를 요구한 것 같은데 북한의 분노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아시아 전문가는 WP에 “타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수시간의 협상 이후에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웬디 셔면 전 국무부 차관은 뉴욕 타임스에 “북한과의 협상은 언제나 어려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핵위협이 아니라는 트윗 등을 날리면서 더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한 지식이 없는 가운데 비핵화를 검증할 능력도 없어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에 “좋지 않은 사인이고 이것이 끝인지는 알 수 없다”며 북한이 “미국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북한이 “그들의 시각에서는 무엇을 양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일관된 입장에서 회담을 하지 않고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지사는 WP에 “그들은 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해 판돈을 올리고 있고 우리 요구는 경시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그들은 메시지를 전하는데 능숙하고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