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과 타이 기록? "NO"...김세영, '전설‘을 넘어선 특별한 승부욕

2018-07-09 12:31
2016년 소렌스탐과 타이기록 27언더파...김세영, 31언더파 새역사

김세영이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 대회 4라운드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김세영이 9일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72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인 31언더파가 적힌 점수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승부사’ 김세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통산 72승을 달성한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넘어섰다. ‘빨간 바지의 마법’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31언더파 257타를 현실로 만들었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뽑아내며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를 마크한 김세영은 지난해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이후 14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투어 통산 7승째를 거뒀다. 2위 카를로타 시간다(22언더파·스페인)를 9타 차로 제쳤다. 1라운드 63타, 2라운드 65타, 3라운드 64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꾸준했다. 나흘 동안 이글 1개, 버디 31개를 잡아내며 놀라운 샷감을 보여준 김세영은 더블보기도 한 차례 기록했다.

LPGA 투어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운 김세영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놀라운 기록이다. 이번 주에 31언더파를 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 않는다”며 “모든 것이 잘됐다. 인터넷으로 과거 동영상을 찾아보며 정신적인 각오도 새롭게 했다. 마지막 3개홀을 제외한 나머지 홀들에서는 마음이 편안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던 김세영은 프로가 된 후에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역전의 여왕’,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세영을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김세영은 2016년 파운더스컵 대회에서 ‘은퇴한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세운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과 같은 27언더파를 쳤다. 소렌스탐은 2001년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휩쓸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LPGA 통산 72승, 메이저 대회 10승을 거둔 여제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김세영의 남다른 승부욕은 멈추지 않았다. 김세영은 “소렌스탐과 같은 27언더파를 친 후 이 기록을 깨보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번에 목표를 이루게 돼 행복하다”며 “내가 세운 기록도 다른 골프 선수들이 깨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소렌스탐뿐만 아니라 자신의 한계도 넘어선 김세영이다.

3라운드까지 8타 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일찌감치 예약한 김세영은 평소처럼 최종라운드에 빨간 바지를 입고 기록과의 승부를 펼쳤다.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줄인 김세영은 후반에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최저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웠다. 2라운드에서 더블 보기를 했던 17번 홀(파3)도 파로 잘 막아냈다. 김세영은 4라운드에서 퍼트 수가 31개로 앞선 3개 라운드(28-27-29)보다 많았지만 그린 적중률 94.4%(17/18)를 기록하며 기념비적인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박성현에 이어 2주 연속 우승 소식을 전했다. 올해 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7승을 합작했다.

김세영이 우승한 날 재미교포 케빈 나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정상에 섰다. 2003년 PGA 투어 Q스쿨을 졸업하고 2004년 PGA 투어에 본격 데뷔한 케빈 나는 2011년 10월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데뷔 7년 10개월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준우승 3번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또 7년이 걸렸다. 케빈 나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조만간 다시 우승하기를 바라왔다. 우승 가까이에 정말 많이 갔어도 수차례 실패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케빈 나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국말로 울먹이며 “한국 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우승해서 기쁩니다.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있었기에 긴 기다림을 견딜 수 있었다. 케빈 나는 우승을 확신하고 마지막 18번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면서 중계 카메라를 통해 아내와 딸에게 애정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