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7. 마당과 소통
2018-07-09 00:01
승효상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습니다. 물론 집이 대단히 잘 살았던 것이 아니라 3~4가구가 마당 하나를 공유하는 그런 집이었죠. 한 가정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아닌, 다 같이 함께 쓰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모두 어울려 지냈습니다.
저와 친구들에게 마당은 언제나 놀이터였습니다. 무더운 여름 낮에는 수영장이었고, 선선한 가을밤에는 캠핑장이었습니다. 먹고 자고 씻고를 전부 마당에서 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죠.
20여년이 지난 지금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과거 양반집 마당은 큰 저택의 높은 담벼락 안에 여전히 존재하지만 제가 어릴 적 경험했던 열린 마당은 사라졌습니다. 아파트가 삶의 공간이 되면서 마당 대신 거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삶의 공간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의 가치관도 덩달아 변한 모습입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거실에 막혀 이웃 간 소통이 사라졌습니다.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공동체 의식은 실종됐고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