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 있을까
2018-07-04 04:01
[정유신칼럼]
미·중 간의 무역마찰이 더욱 격화될 경우 중국이 외화준비고로 갖고 있는 미국 국채를 본격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이 중국에 대해 1차 관세폭탄을 퍼부었을 때, 일시 58억 달러(약 6조4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적이 있었는데, 6월 하순 미·중 간의 2차 관세폭탄이 시작되면서 이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는 이유는 전 세계의 실물과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미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를 대량 팔면, 미국의 국채금리 즉,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이에 따라 장기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부동산투자와 자동차판매 등이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이쯤 해서 미·중 무역마찰이 보복 치킨게임이 될 경우 중국이 쓸 수 있는 대응카드를 살펴보자. 우선 최근 미·중 간의 현안 중 하나인 북한의 비핵화 같은 비경제적인 수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과 북한이 격렬히 대립하고 있을 땐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압박은 필수적인 만큼, 중국으로선 아주 유효한 카드라 할 수 있다. 그럼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일견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하기 위해선 여전히 중국의 협력이 필요할 듯해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되레 이게 중국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다소 복잡한 방정식이 된 셈이다.
그럼 경제적 카드론 뭐가 있을까. 첫째, 위안화 약세정책이라고 한다. 하긴 위안화 약세정책은 이미 중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위안·달러환율이 이미 크게 절하되어 지난 6개월간 최저수준. 1분기 강세였지만, 4월 이후론 약세가 뚜렷하다. 시장에선 그 계기로 미·중 무역마찰의 격화도 격화지만, 서로 반대방향의 양국 금융정책이 한몫했다고 본다. 6월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오히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금리인하를 선택했을까. 중국 정부로선 금리인하로 경기둔화도 완화할 수 있지만, 미·중 간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달러 대비 위안화가 약세로 되고, 그 경우 미국제품의 중국 내 가격경쟁력이 약화돼서 사실상의 보복관세효과라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그럼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을까. 골드만삭스 같은 분석기관에선 쉽게 미국 국채를 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미국 경기둔화, 미 증시하락 등 미국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미국 국채 매각에 따른 달러 매도로 달러가 약세로 되면,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에서 손실이 커지고, 미국 금리상승으로 중국의 달러표시회사채의 디폴트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 중국의 위험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로 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현재 쓰고 있는 위안화 약세 유도정책과 모순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시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러한 중국경제 및 금융시장에서의 위험에도 불구, 미·중 무역마찰이 더욱 진행되면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종의 옥쇄전략일 수도 있지만, 단계적 매각전략을 택할 경우 중국보다 미국의 충격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부분적으로 나눠 팔면 미국금리가 실제 상승하기보단 상승기대로 인한 환율, 주식시장 혼란이 더 커지기 쉽고, 그 경우 외국인 비중이 높지 않은 중국보다 금융의존도와 개방도가 높은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의 충격이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