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백개 기업 파산절차 앞뒀는데 투자자들은 환영..왜?

2018-07-02 16:58
인도 파산법 개정으로 부실채권 정리 기대감

[사진=EPA/연합]


수백개 인도 기업들이 파산 절차에 직면했지만 투자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채무 불이행 기업에 대한 파산 절차를 앞당긴 파산법 개정에 따라 부실채권이 정리되면서 인도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인도 철강업체 부샨스틸은 대형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신규 파산법에 따라 매각 절차를 밟았다. 부샨스틸은 52억 달러(약 5조8000억원)에 매각됐고 채권단은 출자금의 약 2/3를 돌려받았다.

현지 투자자문 업체 VSG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비크랑 간디 대표는 WSJ에 “과거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라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은행도 기업들과 함께 갈 수 있게 됐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채무 불이행 기업들을 파산 법정에 세우기 어려워했다. 향후 소송이나 정치적 역풍에 시달릴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부도 위기 기업들은 대출을 늘리면서 수년 동안 근근이 생명을 유지했고 대주주들은 자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렸다.

그 사이 인도의 부실채권 비중은 급증했다. 인도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인도 은행시스템에서 부실채권 비중은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11.6%까지 치솟았다. 비교하자면, 미국과 중국은 2% 수준이다.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은 인도의 은행들은 새로운 기업들에 대출을 내어줄 여력도 없었다.

반부패 개혁을 약속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파산법 개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채무 불이행 기업이 9개월 안에 지불 불능 채무를 해결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청산을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파산 기간이 대폭 단축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앞서 복잡한 절차로 인해 인도의 파산절차 기간은 평균 4년을 넘는다고 집계했다. 중국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B. 스리람 인도산업개발은행 이사는 WSJ에 “(파산법은) 인도에서 정말 필요하던 법"이라며 "건전한 은행시스템을 뒷받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에서 새로운 파산법에 따라 파산 법정에 선 기업들 중에는 원단 제조사인 알록산업, 시멘트 제조사 비나니시멘트, 철강회사 에사르스틸, 식용유 제조사 루치소야산업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일렉트로스틸이 은행에 20억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파산 법정에 설 위기에 놓인 가운데 원자재 생산업체 벤다타가 일렉트로스틸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