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중국 1200억달러 화학공룡 합병 진두지휘하나

2018-07-02 10:22
닝가오닝, 시노켐·켐차이나 회장직 겸임…양사 합병설 힘얻어
화룬, 중량그룹 회장 출신…'M&A 달인'으로 불리기도

닝가오닝 시노켐, 켐차이나 회장. [사진=바이두]

중국에 조만간 1200억 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화학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합병(M&A) 달인'으로 불리는 닝가오닝(寧高寧) 중국중화(中國中化·시노켐) 회장의 중국화공(中國化工·켐차이나) 회장직 겸임으로, 양사 간 합병설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중국 중앙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가 지난달 30일 닝가오닝 시노켐 회장이 켐차이나 회장직도 겸임하도록 인사 발령을 냈다. 런젠신(任建新) 켐차이나 회장은 연령 제한으로 은퇴했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고 중국 경제주간지 재경(財經)이 2일 보도했다. 

두 회사 간 합병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두 회사는 이를 줄곧 부인해왔다. 닝가오닝 회장도 앞서 3월 두 회사 간 합병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중국남차·북차 등 합병설이 터진 국유기업들이 초기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닝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번 시노켐·켐차이나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1958년 산둥성 출신으로 올해 만 60세인 닝 회장은 산둥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은 엘리트 관료다. 중국 복합 국유기업인 화룬(華潤)그룹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회장직까지 오른 그는 2004년부터 중국 최대 식량국유기업인 중량그룹(中粮·코프코) 수장으로 11년간 재임한 후 2016년부터 시노켐 회장직을 맡아왔다. 

특히 그는 화룬, 중량그룹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굵직한 M&A를 성사시켜 'M&A 달인'이라고 불렸다. 재경은 그가 11년간 중량그룹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추진한 M&A만 50건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유제품기업 멍뉴(蒙牛)유업, 푸린먼(福臨門)식용유, 창청(長城)포도주, 우구다오창(五穀道場) 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켐차이나의 스위스 농약종자기업 신젠타 인수에도 닝가오닝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켐차이나는 지난해 430억 달러에 신젠타를 인수했는데 이는 중국기업의 글로벌 M&A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았다. 이를 위해 켐차이나-시노켐 공동업무조를 꾸렸는데, 샤오야칭(肖亞慶)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이 조장을 맡고, 닝가오닝 회장과 런젠신 회장이 부조장을 맡았다는 후문이다. 
 

시노켐-켐차이나 합병설.


화학뿐만 아니라 에너지, 농업, 부동산, 금융 등 광범위하게 사업을 벌이는 시노켐과 달리 켐차이나는 화학공업품, 화공신소재, 특수화학품, 기초화학품 등 화학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시노켐과 켐차이나의 매출은 각각 5000억 위안, 4000억 위안이다. 시노켐과 켐차이나가 합병한다면 전 세계 화학업계에 연 매출 120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공룡'이 탄생하는 셈이다. 세계 1위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두 회사 간 합병은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이었던 국유기업은 과도한 부채와 비효율성 등이 문제가 되면서 2014년 전후로 실적이 급속히 악화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과잉생산과 과당경쟁을 줄이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철도·선박·건설·자재·철강 분야에서 국유기업 합병을 적극 추진해왔다.

국자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6개 국유기업이 통폐합되면서 2014년 말까지 112개에 달하던 중앙국유기업 숫자는 올 상반기 말까지 97개로 줄었다.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의 합병, 중국핵공업그룹(CNNC)과 중국핵공업건설그룹(CNEC)의 합병, 중국원양해운(코스코)과 중국해운(CSCL)의 합병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