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7년 특허분쟁 종결···득실은?

2018-06-28 18:23
글로벌 시장 경쟁 치열해져 장기 소송 부담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지난 7년간 벌여온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애플의 아이폰 4S(왼쪽)와 삼성의 갤럭시 S3.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이 2011년 시작된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소송 관련 법정 공방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양측이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또 오랜 소송으로 누적된 피로감도 합의에 이르게 한 주요 요인이 됐다.

28일 로이터, 불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양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 취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양사는 7년 동안 벌여온 소송을 마무리하게 됐다. 

◆ 2011년, '애플' 發 특허소송 시작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은 2011년 4월로 거슬러 간다. 먼저 애플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기본 디자인(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액정화면의 테두리(프런트 페이스 림), 애플리케이션 배열(아이콘 그리드) 등 세 가지에 대해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배상금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를 요구했다. 1심은 손해배상액을 9억3000만 달러(약 1조400억원)로 판결했다.

2015년 5월 2심은 이 중 5억4800만 달러(약 6150억원)를 확정하고, 3억8200만 달러(약 4300억원)는 파기했다. 삼성전자는 같은해 12월 애플에 5억4800만 달러를 지급했다.

3심은 2심에서 확정한 5억4800만 달러 중 3억9900만 달러(약 4400억원)를 재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파기환송심은 2심과 3심이 재검토를 지시한 3억8200만 달러와 3억9900만 달러 총 7억8100만 달러(약 8700억원)를 다시 따졌고, 지난 5월 24일 5억3900만 달러(약 6000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스마트폰 판매로 23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매출과 10억 달러(1조 12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배상액 산정 기준을 제품 전체가 아닌, 2010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1530만대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전체가 아닌 일부 부품으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변론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의 상고 이유를 인정해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관 8명 전원일치로 수익금 전액 배상이 과도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같이 공방이 이어지던 와중 양사는 돌연 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 삼성과 애플, 양측의 득실은?
삼성전자는 애플과 7년여의 소송을 이어오면서, 여러 차례 패소했지만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 애플에 맞설 수 있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창출해, 삼성의 지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2011년 1분기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18.1%로 삼성전자(12.2%)보다 약 6% 높았지만, 이 수치는 2012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했고, 올 1분기 삼성전자는 22.6%의 점유율로 애플(15.1%)을 따돌렸다.

반면 애플은 삼성이 디자인을 베꼈다는 주장을 통해 자사를 혁신적, 창조적 기업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긴 소송으로 인한 피로감과 샤오미·화웨이·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샤오미·오포는 각각 11.4%, 8.2%, 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3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26%에 육박한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폰 4대 중 1대가 중국 제품일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삼성과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입장에서 애플은 경쟁사이자 부품을 납품하는 고객사이기도 하다"며 "또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양사가 긴 소송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