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열공'하는 증권·운용사

2018-06-27 18:09

증권·자산운용사는 요즘 남북경협을 공부하느라 바쁘다. 회사별로 제각기 '북한팀'을 만들고 있고, 금융투자협회를 구심점으로 모이기도 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자산운용·부동산신탁사 12곳은 이달 22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남북경협 관련 부서장 회의를 열었다.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CVIP(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평화) 시대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증권사만 보면 삼성증권뿐 아니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도 참여했다.

금투협은 추가적인 남·북·미 대화를 지켜보면서 이번 모임을 상시 회의체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 중장기적인 구상이다.

그래도 손을 놓고 있기에는 남북경협이 경제에 미칠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투업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인 회의체를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마다 회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벌써 삼성증권은 북한투자전략팀을 새로 만들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임직원을 모아 강연을 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을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으로 초빙해 강연을 들었다.

다른 증권사도 북한 관련 리서치 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통일 펀드'를 새로 내놓거나 기존 상품을 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시중은행은 개성공단에 지점을 만들어 남북경협을 돕기도 했다"라며 "지금까지 금투업계에는 그런 사례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북한에서 인프라를 재건할 때 프로젝트파이낸싱을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옥혜인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 선임연구원은 "남북경협을 본격화하면 금융 부문도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금투업계는 북한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여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사이를 중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