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생활속 작은 실천, 맑고 푸른 강 되찾는 지름길이다

2018-06-25 09:40
안병옥 환경부 차관

[안병옥 환경부 차관]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것은 우리의 강과 물이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폐수와 하수가 흘러들어 검붉게 변한 강바닥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곤 했다.

개발시대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서울 중랑하수처리장을 시초로 하수처리시설이 대거 확충되고, 산업폐수도 엄격하게 관리되면서 수질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검붉고 썩은 내 풍기던 물이 점차 맑고 푸른 물로 변해가면서, 금수강산을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와 우리나라 강들은 다시금 몸살을 앓고 있다. 녹색 빛깔의 곰팡이 냄새를 풍기는 녹조가 번성하면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강물은 푸른색이 아닌 초록색으로 각인됐다. 오죽했으면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명칭과 달리 녹조는 남조류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현상이다. 4대강 사업으로 물길이 막히면서 녹조가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남조류를 4대강 사업이 창조해낸 괴생명체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원시조류의 일종인 남조류는 30억년 전쯤 출현, 처음으로 광합성을 시작한 대자연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남조류는 자연 상태의 강과 같이 물 흐름이 원활한 곳에서는 번성하지 못한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떠내려가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반면 하굿둑이나 보로 막힌 강이나 호수처럼 물 흐름이 정체된 곳에서는 쉽게 늘어나 녹조를 일으키게 된다.

물론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인과 질소 등 남조류의 식량인 오염물질이 충분히 유입돼야 한다.

최근 우리가 목도하는 녹조 현상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조류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국가의 하나다.

4대강은 물론이고 전국의 크고 작은 물길마다 댐이나 보로 틀어막아 녹조 번성에 안성맞춤인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무더운 날씨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고, 축산분뇨 등 영양염류를 함유한 오염물질이 씻겨 들어오면 남조류가 번성할 수밖에 없다.

결국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이 흐를 수 있도록 제 모습으로 되돌리고, 오염물질의 유입도 막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4대강에 건설된 보들의 수문을 열어 물 흐름을 빠르게 한 상태에서 수질과 수생태계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보 처리 방향을 결정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물줄기를 자연에 가깝게 복원할 예정이다.

최근 금강 세종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보 개방은 4대강사업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동식물을 다시 불러들이고 녹조 제어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녹조를 유발하는 '오염물질 줄이기'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대청댐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가축분뇨를 전량 수거하는 사업이 시작된 소옥천 유역이다.

가축분뇨 수거사업의 경우, 지역주민은 물론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미와 실효성이 남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시도는 낙동강 수계 남강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맑고 푸른 강을 되찾으려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비가 오고 나면 상수원은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썩어서 악취를 풍기는가 하면 영양염류를 함유해 녹조를 유발하는 것들도 많다.

△무심코 길가에 버린 쓰레기 △산이나 계곡에 놀러갔다가 치우지 않고 놓고 온 쓰레기 △텃밭에 필요 이상으로 뿌린 비료가 우리가 먹는 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자각이 필요한 이유다.

환경부는 지난 6월 18일부터 시민단체와 함께 생활 속에서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 배변봉투를 챙기거나 하수구에 쓰레기를 투척하지 않고, 머물렀던 자리는 책임지고 치우는 등 작은 실천이 만났을 때 맑고 푸른 강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