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안성 아파트 시장, '물량 폭탄'에 최대 3천만원 '뚝'

2018-06-24 14:28
평택 및 안성, 올 들어 단 한 차례도 오름세 기록하지 못해
주요 단지들, 연초 대비 1000만~3000만원 시세 하락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부지 전경. [사진=삼성전자]


올해 평택시, 안성시 등 경기도 남단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거래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평택, 안성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보합세, -0.70%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기 수도권 일대가 0.01% 오른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인 양상이다.

범위를 올 상반기로 넓힐 경우 이들 지역의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평택은 올해 들어 이번 주를 포함 5차례 보합세를 기록한 것을 빼면 주간 매매가격이 줄곧 하락세에 머물렀으며, 안성 역시 단 한 차례도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실제 아파트 가격도 내림세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평택 도심인 비전동 '경남아너스빌' 전용면적 121.54㎡B 타입은 매매가격이 지난해 12월 3억5750만원 수준이었으나, 24일 기준 3억3500만원 선으로 2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삭동 '서재자이' 전용 74.55㎡도 2억6750만원 선으로 1000만원가량 시세가 하락했다.

이밖에 안성 석정동 '신원아침도시' 전용 84.99㎡B 타입은 작년 12월 2억7000만원 선에 형성됐던 시세가 이달 2억4750만원 선까지 낮아졌다. 호가까지 포함하면 주요 단지들의 가격이 1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진 셈이다.

평택은 고덕국제신도시 조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투자, 미군기지 이전 등 여러 가지 굵직한 개발호재를 확보한 지역이다. 또 안성은 평택과 인접해있고, 2024년 '세종-서울고속도로' 개통 호재로 제2 경부축 거점도시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최근 수년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지역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이 같은 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호재들로 이뤄져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추가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시세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고덕신도시 조성으로 공급이 몰린 평택은 올해에만 9000여가구, 내년에도 1만6000여가구 등 무려 2만5000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고덕국제도시와 인접한 평택시 장당동 일대 N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단 지역 곳곳에서 도시개발구역이 생겨나면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눈에 띄게 아파트는 들어서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으니 분위기가 침체될 수 밖에 없다. 최근 같은 약보합세나 하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평택의 경우 인구유입 속도에 비해 아파트 공급 속도가 빠른 것이 문제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새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 내리고 있다"며 "평택시가 고덕신도시 조성을 통해 계획하고 있는 인구는 약 100만명인데, 이는 현재 인구(50만명)의 2배 가까이 된다. 목표치가 달성되려면 꽤나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안성은 사정이 조금 다른데,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을 빼면 가격을 견인할 만한 호재가 없다"며 "특히 일대는 산업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직주 인구를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 가격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