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보유세 강화 시 향후 4년간 세부담 급증”

2018-06-21 15:33
“공정시장가액 비율 및 공시지가 인상시 최대 310% 세부담률 증가 예상”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주택 시장 동향 및 보유세 개편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사진=오진주 기자]


정부가 22일 공청회에서 보유세 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공시지가를 함께 인상할 경우 보유세 부담이 향후 4년 동안 최대 310%까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주택 시장 동향 및 보유세 개편 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날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 보유세 개편 방안 검토’ 발제에서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공시지가를 동시에 인상할 경우 향후 2~4년간 공시지가 합계액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현재보다 146%에서 3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포함한 주택 보유세 개편 방안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우선 현재 60~8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임 위원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안은 대통령령으로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가장 쉽게 시행할 수 있다”며 “비율을 100%로 인상할 경우 전년 대비 세부담 상한액이 있어서 첫해에 증가분은 크지 않지만, 이후 2~3년간 세부담률이 계속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에 불과한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방안이다. 이 또한 대통령령으로 개정할 수 있어 시행이 쉽고 보유세 인상 효과도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이 경우도 첫해 증가분은 크지 않지만 2~3년간 세부담률이 증가한다.

세 번째는 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정책 효과는 크지만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이 어렵고 가능성이 낮은 안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공시지가를 함께 인상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60~8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로 높이고 실거래가를 100%로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보유세 인상 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높아지면 과세표준 금액이 높아져 세부담이 늘어난다.

이 방안에 대해 임 부연구위원은 “1가구 2주택자의 공시지가 합계가 5억원, 10억원, 15억원인 경우 이 방안을 적용하면 각각 세부담이 310.5%, 149%, 146.9%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은 “보유세 인상으로 정부의 세입은 증가하겠지만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감소로 인해 민간소비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며 “보유세 인상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단계적으로 인상(첫 번째 방안)하면서 거래세를 인하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조세 형평을 실현할 수 있다”며 “1주택자와 고령자,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 등이 부정적 영향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전병욱 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가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대로라면 취득세를 중심으로 한 지방세 수입의 감소가 예상되므로 지방 재정 강화를 위한 지방세 수입 확대도 개편 방안과 함께 생각돼야 한다”며 “인구 구조 변동과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 등 외부 요인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실 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이 아닌 ‘주거’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장기 주택공급계획과 광역 교통망 개선, 인프라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