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해외투자 ABC] 南北 ICT 협업, 중·일·러 진출 전진기지

2018-06-20 16:21
南 신경제지도+ 北 베트남식 경제모델…'경공업 위주→첨단산업' 경협 전환

북한의 주요 경제개발구 및 국제협력가능 지역. [사진=유진투자증권, 통일부·통일교육원 제공 ]


"남북경제협력의 대전환을 꾀하라." 한반도 냉전 시대가 해체 국면을 맞았다. 정치적 해빙기를 넘어 남북경협이 한 단계 진화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이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경협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에 머물렀다. 남북경협을 ICT 위주의 첨단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남북 ICT 특구를 지렛대 삼아 국내 기업이 중·일·러 등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北 모바일 통신 10년 만에 '5300명→400만명'

20일 유진투자증권의 '북한 정보기술(IT),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ICT 기술은 한국과 비교해 크게 뒤처졌지만, 소프트웨어 기술 등은 상당한 수준이다. 자본력에서 열세인 북한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육성에 전략을 쏟아 부은 결과다.

북한의 모바일 통신은 이동통신 두 업체가 약 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아리랑', '평양', '진달래', '푸른하늘' 등 자체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을 만들었다. 다만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세계 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1997년 북한 조선콤퓨터센터(KCC)에서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은별’은 2009년까지 세계 최강의 바둑 소프트웨어로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휩쓸었다. 2010년에는 통일부 승인을 얻어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됐다. 

인도 IT업체 '디렉티(Directi)'가 주관하는 소프트웨어(SW) 경연 대회 코드쉐프(CodeChef)에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수년째 최상위권 성적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에는 이집트 '오라스콤(Orascom)'과 합작(북한 체신성 25%+오라스콤 75%)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해 3세대 이동통신(3G)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북한은 자체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등 ICT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그 결과 2008년 말 5300명에 불과했던 휴대폰 가입자 수는 약 40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ICT 특구, 평양 은정첨단기술개발구 가능성↑

관전 포인트는 남북 ICT 협력 방향이다. 북한은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ICT 특구 건설에 우리 정부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연구원은 "ICT 분야의 남북협력은 통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ICT 특구는 평양 은정첨단기술개발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가전제품의 조립 생산라인 구축도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당국과 국내 기업은 북한의 우수한 IT 인재를 남북경협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치권과 경제계 등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문화융합협회·인지융합클러스터와 공동으로 개최한 '남북 디지털 문화융합 협력사업 세미나'에서 "북한과의 ICT 교류 협력은 남북경협의 핵심"이라며 "북한의 이동통신 보급률을 볼 때 ICT 사업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북한의 IT 산업 종사자 수는 2013년 기준 17만명"이라며 "이중 약 4만6000명을 중국과 러시아에 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업용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산림녹화' 등을 양국 융합사업의 예로 들었다.

한국무역협회도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신남북경협정책과 무역업계의 대응' 포럼을 열고 "북한 ICT 사업에 참여하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정부가 북한과 함께 ICT 사업에서 협업을 꾀하면 국내 기업이 북한을 중·일·러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인프라 투자의 속도다. 유진투자증권은 "남북 ICT 협업을 위해선 교통과 통신 시설 등 인프라 투자를 선행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될 일은 아니다"라고 중장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