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저축은행, 객관적인 비판과 지원이 필요할 때

2018-06-20 19:00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 [사진= 웰컴저축은행 제공]


프레이밍 효과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의사가 "지금까지 이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 중에서 100명 중 70명은 수술 후 10년은 더 살았습니다"라고 얘기하면 환자는 안도하며 기꺼이 수술을 받는다. 반대로 "100명 중 30명은 10년 이내에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면 불안에 떨며 수술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위 사례처럼 동일한 상황이라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지는 달라진다. 바로 프레이밍 효과다.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 어떤 프레임에 넣느냐에 따라 전달받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프레이밍 효과를 소개한 이유는 서민금융의 한 축이라는 저축은행을 보는 시선이 최근 들어 부쩍 따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주요 업무는 시중은행처럼 고객이 맡긴 자금을 운용해 필요한 이들에게 중개하는 것이다. 시중은행과 거래하기 어려운 서민과 중소자영업자들이 자산을 불리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로 이용한다. 저축은행을 대표적인 서민금융회사 혹은 서민금융의 한 축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에서는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무분별한 고금리대출’, ‘주먹구구식 경영’, ‘저축은행 파산’ 등 부정적 표현으로 기술한 사례들이 보인다. 이로 인해 기사의 주목도가 상승하고 영화나 드라마 같이 재미 요소는 풍부해질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저축은행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각인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은 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파산을 해도 5000만원까지는 예금이나 적금상품의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은행·증권·보험·신협 등 대부분의 수신기능이 있는 금융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독 '저축은행이 파산하면 못 받는 돈이 5조가 넘는다'라든지 '저축은행에는 맡긴 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 미만으로 분산 예치하라'라는 식의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자산건전성과 재무지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주었지만, 저축은행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셈이다.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2%까지 떨어졌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당국의 권고치인 8%를 훌쩍 초과해 14%를 넘어섰다. 수 년간의 노력을 통해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과거 문제가 됐던 오너 경영은 업계 전반에 걸쳐 전문경영인 체제로 대체됐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기존 금융회사나 새롭게 등장한 핀테크업체 등과도 경쟁하고 협업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모바일과 디지털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채널도 주요 저축은행과 중앙회를 중심으로 강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체계나 금융소비자보호정책 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화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바일과 디지털을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저축은행업계에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모바일과 디지털에 최적화된 저축은행의 서비스 모델을 준비하고, 서민과 소상공인 등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을 위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등 서민금융에서는 더 잘 해야 한다.

더불어 고객의 신뢰 회복과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선입견과 편견에 근거한 낙인 찍기와 비난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저축은행에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비판과 지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비판과 지원에 힘입어 저축은행은 서민·중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진정한 서민금융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