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슈] SKT‧KT, 화웨이 장비 도입할까...통신비 인하 압박 삼성전자에 불똥?
2018-06-17 09:34
SKT‧KT, 아직 화웨이 5G 장비로 테스트 안해...LGU+는 사용 유력
화웨이 세계 2위 장비사로 우뚝...경쟁사 대비 가격 20% 이상 저렴
화웨이 세계 2위 장비사로 우뚝...경쟁사 대비 가격 20% 이상 저렴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한 매출 압박과 막대한 5G 관련 투자비 등의 영향으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LTE 단계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던 LG유플러스는 이번 5G에서도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 유력하다. 또한 SK텔레콤과 KT는 아직 화웨이 장비로 5G 통신 테스트를 하고 있지 않으나, 5G 상용화 이후부터 장비 사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17일 통신장비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현재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의 기지국, 교환기로 5G 이동통신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양 사는 LTE 전국망도 이들의 장비를 사용해 구축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일반적으로 한 번 거래를 맺은 통신장비사의 제품을 계속 사용한다. 통신품질을 유지하려면 기존에 설치한 장비와 안정적으로 호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사는 여러 곳을 선정한다. 장비 수주 시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장비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이동통신사들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노키아와 에릭슨 등 3곳과 모두 거래하는 이유다.
관건은 SK텔레콤과 KT가 5G망을 구축하면서 화웨이 장비를 처음으로 사용할지 여부다. 화웨이는 에릭슨에 이어 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로 5G 네트워크 테스트는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의 장비를 들여올 것이 유력하다. 이 회사는 2013년 LTE 단계에서 이미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한 바 있다.
◆ 화웨이, 세계 2위 장비사로 우뚝...5G 테스트베드로 한국이 매력적
화웨이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통신장비 연구개발(R&D)에 집중,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 글로벌 점유율은 2009년 13.9%, 2013년 18.1% 2016년 25.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노키아를 제치고 2위 자리(1위 에릭슨)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가성비 높은 화웨이의 장비를 구매할 가능성을 높인다. 선택약정요금할인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 추세이며, 저소득층과 고령층 통신요금 감면, 로밍‧데이터 요금제 개편 등도 매출 하락 요소다. 월 2만원에 데이터 1GB의 ‘보편요금제’를 담은 법 제정이 추진중이다. 최근에는 2G‧3G에 이어 LTE 원가 자료 공개 압박도 받고 있다.
화웨이 또한 한국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국내 통신장비시장 규모는 연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크다고 볼 순 없다. 다만 한국은 이동통신 3사가 LTE에서도 세계 최초로 전국망을 구축하고, 5G도 조기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 있어 상징적인 나라다. 화웨이에게 한국은 5G 장비를 가장 빠르게 시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 "5G 상용화 이후 화웨이 장비 점진적 도입 가능성 커"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당장 올해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들여올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와의 관계,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수주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도 LTE 초기 설비 투자 시기 이후인 2013년에 화웨이 장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보안 문제는 장비 도입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2013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사가 의도적으로 백도어 프로그램을 적용해 미국 내 여러 정보를 자국의 인민해방군 사이버 전쟁 부서로 무단 반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화웨이는 이를 정치적인 이슈로 판단하고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통신장비 보안 문제는 글로벌 사업자 중 중국에게만 유독 강하게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국내에 화웨이 장비가 들어오면 자국의 중소업체 장비까지 같이 들여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소업체들이 어려워질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