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한 중국, 소심한 중국
2018-06-13 08:49
6월 12일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을 때 중국의 언론들은 오히려 너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당일 대부분 중국 언론사들은 뉴스사이트의 국제 코너에 간단한 회담소식만 전했다. 여전히 11일 폐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를 야유하는 언론도 있었다.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개인 미디어의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는 내용을 차단하기도 했다. 폐쇄된 나라가 도대체 북한인지 중국인지 의심할 정도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표명은 들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일관되고 꾸준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양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여 평등하게 대화하는 자체가 중대하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중국은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양국 지도자가 장애물을 없애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건설을 위한 기본적인 공동인식을 달성하고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길 기대한다”며 “중국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가 밝혀지면서 대부분의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상징성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일말의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나 북한 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조치 등 내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내용도 속이 텅 빈 구호적 표현에 불과했으며 심지어 1994년 북·미 간의 제네바 합의보다 못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이번 회담의 성과는 ‘예상과 기대를 크게 초월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초월’이 아니라 예상과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다행히 합의문은 양국 간 실무진을 구성하여 후속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해 이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도 이번 북·미간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확실하게 한 가지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북·미 정상 회담에 대해 중국 대부분 언론들이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온 것도 사실이다. 어느 정도 예상이 적중한 것 같다는 반응이다.
사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일부 언론들은 종전협정 체결,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역할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일각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한국과 수교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다시 종전협정 체결에 개입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 당시 중국군이 ‘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하였기 때문에 ‘지원군’도, 관련 기구도 없는 현재로서 정부가 나설 수 있을지도 여러 모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이번 북·미 합의문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언급했다. 지역 주요 국가로서, 또 북한의 중요한 이웃, 전통 우방으로서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서 중국은 빠질 수 없고, 또한 빠져선 안 되는 존재다. 이에 대해선 논쟁할 여지가 없다.
다만 중국은 다시 회복된 북·중 관계에 대해 매우 소심하고, 또한 ‘정성’을 들여 키워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온라인 언론에서 북한에 대한 갖가지 비판이나 야유, 비우호적인 소리를 엄격히 다스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