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북ㆍ미회담 성공의 숨은 주역들…폼페이오ㆍ김영철 정보라인 부각

2018-06-12 17:46
확대회담서 미측 폼페이오ㆍ존 켈리…북측 김영철ㆍ리수용ㆍ리용호 배석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및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공약을 합의한데는 양국 참보진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있었다.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단독회담에 이어 진행된 확대회담에서 미국 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핵심 3명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 핵심브레인 3명이 모두 나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한 주역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왼쪽과 오른쪽에 앉아 양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무산위기까지 갔던 북·미 정상회담을 되살린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의 정보기관 수장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과 북한에서 세차례 만나며, 협상과정 내내 핵심 역할을 했다. 우선 폼페이오 장관이 역할을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말 평양을 전격 방문하면서 부터다.

당시 국무장관 지명자 신분이던 폼페이오 장관은 CIA 국장 자격으로 평양으로 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미 의회 인준을 통과한 폼페이오 장관은 5월초 평양을 재방문,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려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과정에서 대북 강경 성향을 보이는 대신, 유연성 있는 외교로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몇 주에 걸쳐 일주일에 8∼10시간씩 브리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은 2009년 정찰총국장에 임명돼 대남 공작을 지휘한 인물이다. 북한수행단 가운데 '넘버 원'인 그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물밑에서 한반도 정세변화를 주도하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삼각 채널을 구축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을 주선하며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이달 초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고, 정상회담을 조율했다. 그의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했다.

앞서 열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도 모두 참석해 위상을 가늠케 했다. 

이날 북·미 확대정상회담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오른편에 자리한 리수용 부위원장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교 전반을 총괄하는 그는 다년간 스위스 대사로 활동해 선진국의 외교와 국제 사회의 외교 전략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뒷바라지를 책임지는 등 오랫동안 '북한 로열패밀리'의 집사 역할을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대미 협상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을 정도로,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이다. 특히 1990년대초부터 핵 문제뿐 아니라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미 외교 현안을 다루는 각종 협상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최근까지 판문점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맞교환을 둘러싸고 치열한 조율과정을 거쳐 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도 이번 회담의 주역이다.
 
최 부상은 지난달 2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반발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한다는 담화를 내 북·미회담이 파행 목전까지 갔지만, 중요한 의제를 논의하는 주요 국면에서는 선봉에 나섰다.
 
6자 회담 수석대표와 주한 미국대사 등을 지낸 적이 있는 김 대사는 과거 북핵 협상의 과정을 잘 알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비핵화 논의의 세부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과 30일 1,2차 접촉한 뒤 이달 2~4일 나흘 연속 릴레이 협의를 지속했다. 이어 지난 6일과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11일에도 접촉해 심야까지 협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