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퇴진 외치던 ‘대한항공 직원연대’… ‘관리자’ 떠나자 내홍
2018-06-10 17:56
관리자, 블라인드에 ‘일방적 사과 결정’ 불만 토로… 조직위에 반감 커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퇴진을 목적으로 SNS 익명오픈채팅방을 통해 집결한 직원연대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직원연대 출범을 주도한 일명 ‘관리자’가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공식화 한 이후 임시공동대표인 박창진 전 사무장과 조직위원회가 직원연대를 이끌어가려고 하지만 산개한 인원들을 결집시킬만한 동력이 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진다.
10일 익명채팅방 블라인드 대한항공 게시판에는 ‘관리자입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관리자라고 주장한 인물은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KPU)와 연대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조직위원회와 인식차이가 있어 직원연대를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시간을 갖고 직원연대의 힘을 키우고 충분한 신뢰가 쌓였을 때 민노총이나 한노총 등 상급단체 소속이 아닌 노조를 만들면 가능 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연대 조직위는 자신의 생각이 비현실적이고 지금과 같은 호기를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서둘러 노조를 설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며 “운영위원 중 저만 생각이 달랐기에 더 이상 고집피우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조직위의 일방적인 행동에 대해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조직위에서 KPU에 연대를 제의하자고 했고 KPU 측에선 8일 합동집회 이전에 직원연대가 KPU를 어용노조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고 직원연대 조직위는 나의 의도와 반대되는 내용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이 공개된 후 오픈채팅방 등에선 직원연대 조직위원회에 대한 성토와 비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민주노총 소속인 KPU와 연대는 초창기 집결 목표였던 ‘순수성’에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또 박 사무장의 임시공동대표 선임과정 등도 민주적인 절차가 배제됐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직위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8일 서울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KPU 집회에는 당초 직원연대가 함께하기로 했지만 실제 집회에는 박창진 사무장만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