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은 없습니다
2018-06-11 00:00
-이석원 ‘보통의 존재’
#극심한 분열로 인해 내내 괴로워하던 중, 내일의 안부를 모니터 위에 고양이에게 묻는 것으로 마침내 작은 위로를 받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도 해주는 위로를, 왜 사람은 못해주는 걸까. <보통의 존재, 49쪽> (이석원, 달)
공황장애를 앓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장소나 답답한 공간에 있을 경우 불안해지면서 숨이 가빠지고 식은땀이 흘러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특히 처음 증상을 느꼈을 당시 지하철에서 쓰러졌던 기억 탓에 지하철을 타지 못했습니다. 또 기절할까 봐 겁이 났던 것이죠. 때문에 지하철로 30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로 1시간 넘게 돌아가곤 했습니다. 버스조차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 불안함에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아픈 것이 마치 그 친구의 잘못인 것처럼 바라보는 주변 사람의 시선이 더 큰 상처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병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며 현실을 부정할 뿐이었죠. 다음에는 “그동안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 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네 의지에 달려있다”며 그 친구를 다그쳤습니다. 병의 원인을 그 친구의 문제로만 여긴 것입니다.
그 친구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괜찮아”라는 한마디의 위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보통의 존재로 바라봐 주는 시선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아픈 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세상에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그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