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특집] 北과 협상했던 美 인사들이 보는 6·12

2018-06-11 04:00
지미 카터 "북한과 평화협정 맺는다면 노벨상 받을 만한 업적"
올브라이트 "비핵화 승리 선언보다는 실무적 절차에 신경써야"
조셉 윤 "비핵과 위해선 확실한 체제 보장과 한미합동 훈련 축소 필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자료사진) ]


북한은 국제무대에서는 여전히 '미지의 존재'다. 세계적 통신사인 AP는 과거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수수께끼 같은 지도자 (enigmatic leader)라고 부르기도 했다. 2017년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역시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다. 북한과 외부 세계의 접촉이 극히 드물었던 탓이다. 때문에 북한 지도자가 처음으로 미국의 지도자를 만나러 싱가포르까지 가는 역사적 사건을 앞두고 북한을 '직접' 만나봤던 이들의 목소리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부터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등 지난 30여년간 북한을 상대했던 여러 대북협상가들이 바라보는 6·12 회담의 전망은 복합적이다. 각자가 북한을 상대했던 시기와 경험이 다른 만큼 전망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의 팟캐스트 '오프 메시지'에 지난 22일 출연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성공적으로 맺는다면, 나는 그가 확실히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생각에 이는 가치 있으며, 이전의 어느 대통령도 실현할 수 없었던 중대한 업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회담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WP)와 공개 대담에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도출돼도 이런 합의는 양국 간 신뢰만을 근간으로 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그간 여타 국가들의 핵 폐기 과정을 검증한 것과 같이 이번 합의 역시 검증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과 항시적인 보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당시 상황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았으며, 결국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보다는 향후 구체적인 비핵화 실무회담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조셉 윤 국무부 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유력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북한은 체제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어 양국 간 실질적이고 상호 만족스러운 합의를 이루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현실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명확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안보적 측면에서 확실한 체제 보장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이 너무 빨리 움직여 미국을 상자 안에 넣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의를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동조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차 석좌는 또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 없이도 한국과 중국이 북한의 사회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기금 지원을 서두르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역시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프로파간다-선전전에 이용당하고 있다"며 "전·현직 미 지도자들이 과거 적대국 지도자를 만났을 때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매우 신중을 기했던 전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환하게 웃는 등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으며, 억류된 미국인 송환 협상 등을 위해 북한을 8차례나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전 대사는 지난달 30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회담은 단순히 개최되는 것을 넘어서서 긍정적 성과물을 낼 확률이 60%에 달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와 협상하는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긍정적 진전을 이뤄낸 공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비핵화의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미국으로부터 비싼 가격을 받길 원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우리 같은 방식으로 협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특별취재팀 =윤은숙, 박은주, 강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