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ISD 첫 패소...다야니家와의 분쟁 어디서 시작됐나
2018-06-08 17:22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처음으로 패소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산하 중재판정부는 이란의 다야니가(家) 측이 2015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보증금과 이자 등 935억원 반환 청구 중재 신청을 검토한 결과 730억원을 대한민국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6일 판정했다.
ISD란 외국 투자자가 상대국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소송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겪자 정부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조성했다. 조성 당시 금액 규모는 20조5000억원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기금 운용 관리자로서 실무를 담당했다.
부실채권에는 대우전자도 포함됐는데, 신설법인(굿컴퍼니)과 잔존법인(배드컴퍼니)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대우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신설법인에 대해서는 채권을 발행해 주식으로 변환하는 출자 전환을 진행하면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주식도 생겨났다.
정부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우일렉트로닉스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결국 2009년 11월에 들어서야 주채권은행이던 우리은행 주도로 지분 매각이 이뤄졌다. 2010년 4월 채권단은 이란의 다야니가 대주주로 있는 가전회사인 ‘엔텍합’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010년 11월 채권단과 다야니는 5778억원 규모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다야니 측은 계약금 578억원을 채권단에 우선 지급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채권단은 투자확약서 불충분을 원인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다야니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매각 절차 진행 금지 관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엔텍합은 인수대금 인하를 요구하다가 대금지급기일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13년 동부그룹에 팔리게 됐다. 채권 매각이 종료되자 캠코는 2013년 2월 부실채권기금을 모두 청산하고 잔여 재산을 정부에 반환했다.
다야니 측은 2015년 9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이란 투자자에 대해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정 및 공평한 대우 원칙 등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이었다. 다야니는 약 935억원 상당의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부처(국조실, 기재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부, 금융위)도 즉각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관계부처 협의체 의결로 정부 측 정부 대리로펌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어 2015년 11월 의장중재인과 우리 정부 측, 다야니 측 중재인이 참여하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됐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우리나라와 디야니 측 당사자들은 1·2차 서면을 제출했으며 그해 5월과 7월 중재판정부는 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끝내 지난 6일 중재판정부는 캠코가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 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원 중 약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가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한편, 정부는 이번 중재판정결과에 대해 관계부처 합동의 긴급 분쟁대응단 회의를 개최했다. 향후 중재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중재지법(영국중재법)에 따른 취소신청 여부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를 신속히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이번 판결에서 결정된 730억원은 취소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선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취소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