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관세 인하로 '고민' 커지는 현대차, '위기냐 기회냐'

2018-06-07 18:21
-현지 자동차 시장 경쟁 더욱 치열해져

(왼쪽 두번째부터) 설영흥 현대차그룹 중국사업 담당 고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쉬허이 베이치그룹 동사장과 베이징현대 관계자들이 중국 소형 SUV 엔씨노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다음 달부터 중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를 큰 폭 인하할 예정인 가운데 현지 생산공장이 있는 현대·기아자동차는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자동차 부품 수입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을 일부 볼 수는 있지만 수입차 가격 인하로 중국 완성차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1년반가량 판매량이 급전직하했다. 그러다가 올해 2분기 들어 판매량이 뚜렷한 회복세를 타면서 올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듯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로 또다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7일 "(관세 인하 조치 이후) 중국 시장은 분명히 변화할 것"이라며 "현지 양산 업체 입장에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MW.벤츠 등 中서 가격인하 계획 잇따라 발표

중국 정부는 7월 1일부터 완성차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부품 수입관세를 기존 8~25%에서 6%로 각각 인하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에서 30만 위안(약 5000만원)에 판매되는 수입차는 종전 7만5000위안 관세를 내야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4만5000위안만 내면 된다. 3만 위안(약 500만원)가량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미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 승용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재규어, 테슬라 등 중국 내 해외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은 일제히 자동차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일본 도요타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가격을 낮출 방침이다.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매우 높은 상태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자동차는 모두 121만6000대로 전년 대비 16.8% 늘었다. 이 중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의 경우 같은
기간 중국에서 각각 61만8811대, 59만1554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27%, 1.1% 증가했다.

현지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입차에 부과됐던 관세가 차량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 관세 인하 조치는 수입차 판매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中시장 전략 수정 불가피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현대·기아차는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미 중국회사와 합작법인 형태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현대차의 중국 내 연간 생산능력은 베이징 1~3공장(105만대)과 창저우 4공장(30만대), 쓰촨 공장(16만대), 충칭 공장(30만대) 등 모두 181만대에 달한다. 기아차의 옌청공장도 한 해 89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현지 생산법인이 자동차 부품 수입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을 일부 볼 수는 있지만 완성차 시장 경쟁 격화로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빠르게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또 한번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일례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 방식도 현지 생산 체제로 할지, 한국에서 수출을 통한 관세 혜택을 보게 할지도 고민거리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들어 중국 판매량이 뚜렷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각각 6만대와 3만대가량을 팔며 전년동월비 70% 이상 증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이번 관세 인하 조치 이후 가격을 낮춘 해외 고급차 브랜드와 저가의 중국 토종 브랜드 사이에서 포지셔닝이 애매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릴 경우 다시금 판매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할 경우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